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사계절을 한 바퀴 지나 다시 두 번째 계절을 맞지만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하다. 확산세가 다소 줄었다가 다시 늘기를 반복하면서 불안감 속에 이어온 일상의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백신 수급의 양과 시기, 부작용 사례 등으로 백신접종에 걸었던 기대마저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아침마다 전날의 확진자 수를 확인하면서, 정부의 대응지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비단 특정 업체나 사람들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골목의 작은 가게부터 거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이 간절한 심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러하니 예술가들은 오죽하랴 싶다. 집합인원 제한에 막혀 화창한 봄날 야외에서 관객들과 한바탕 어우러질 기회가 사라졌고, 실내 공연장도 한 칸 띄어 앉기나 30% 제한 등으로 공연자와 관객 혹은 관객들 사이의 공감을 제대로 나눌 수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지난 한해 계획한 일정을 거듭해서 연기하다 결국에는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최근 확진자가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제한적인 대면 공연조차 아예 닫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언제쯤이면 걱정 없이 관객들을 만나게 될지를 알 수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

이렇다보니 현장 예술가들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고,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도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애써 계획한 사업들이 한순간에 무산됐던 불안한 기억들도 창작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요인이다.

정부와 지자체, 문화예술 관련기관들이 여러 정책과 사업들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코로나 이후에는 재난지원금 형태의 사업까지 벌이고 있지만 모든 예술가들에게 넉넉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초지자체에선 지역 예술가를 위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전국의 문화예술회관들을 회원기관으로 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제작공연 지원 공모사업이 눈길을 끈다. 3곳 이상의 공연장이 전문예술단체 등과 공동으로 기획, 제작하고 각각의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을 통한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면서 공연장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인천에선 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구문화재단, 서구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제안한 연극 ‘달려라, 아비’가 선정돼 제작을 시작했다. 인천 출신인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인천사람들에겐 익숙한 수도국산이 배경이다. 김애란 작가는 여러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젊은 작가다.

연극 ‘달려라, 아비’는 인천의 세 군데 공연장과 뮤지컬 ‘페스트’ 등을 제작한 ‘스포트라이트’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작품으로, 오는 10월과 11월에 공연할 예정이다. 에니메이션 등의 볼거리는 물론 상처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의 불안함을 이겨내는 예술계의 창작활동을 크게 응원한다. 예술가들의 창작이 무탈하게 관객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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