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인천투데이│내가 속해있는 단체는 많이 바쁘다. 사업도 다양하지만 문제를 찾아서 단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다. 특정사업에 대한 사회단체 보조금도 받지 않는다. 뒤에서 묵묵히 후원을 하거나 회비를 내는 회원들에 대한 책임감과 시민단체의 역할에 늘 진지하다.

활동의 한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공무원 생활의 경험이 많이 참고가 된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민들의 요구를 얼마나 파악하고 조치했는지, 시민들의 불편을 찾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정보는 충분히 제공했는지, 그 내용이나 접근성에 대해 개선을 하려고 했는지, 본인도 그리 못했고 능력도 없으면서 지금 입장이 바뀌었다고 후배들에게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만들어지고 다각적인 시민 참여방안이 마련됐다. 내년은 500억 원이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으로 할당됐다.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거나, 주민자치회를 통해 정하거나, 민관협의기구를 통해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행한다.

일상에 바쁜 시민들이 우정 시간을 내어 마스크를 쓰고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후에 교육·연찬·워크숍을 위해 모인다. 예산의 흐름과 주민참여에 대해 공부하고 그 역할을 하고자 하는 진정한 시민들이다. 하지만 수업내용이나 교재가 너무 전문적이라는 평이다.

일반 시민들이 잘 이해가 되도록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구나 제안하라고 하는 주민참여형제안서를 보자 일정한 서식에 제안분야·사업명·사업기간·사업위치·사업비·필요성·사업내용·기대효과를 모두 채워 넣어야 했다.

공무원들도 채워 넣기 어려운 것을 시민들에게 요구한다면 귀찮아서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여론이 반영됐는지 올해는 대폭 개선됐다. 주민이 뭘 원하는지 자유로운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는 지원조직이나 공무원들이 해야할 것이다.

주민참여예산 활동을 하다 보니 행정과 시민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시민들에게 부서별로 업무를 보고하는 사례가 있었던가. 연초에 기관장이 구청이나 동을 방문해 지역 단체장이나 선택된 유지들에게 하는 업무보고가 거의 전부였다.

지금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자연스레 업무를 보고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업무계획을 수립하거나 추진할 때 뒤에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식을 전보다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앞으로 시민들이 더 적극적인 예산감시활동을 전개한다. 다음 달에 2기 예산바로쓰기 시민감시단이 출범한다.

협치(協治)는 같이 한다는 의미이다. 기획, 계획과 집행, 결과 평가와 그 공과(功過)를 배분하는 것이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법에서 정한 사항 뿐 아니라 시민들이 원할만한 사안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원하면 보여준다는 식이 아니라 원하지 않더라고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직자의 수고는 행정의 자신감으로 이어져야하고 그 증거가 공개이다.

자치시대에 시민 참여는 더 확대될 것이다. 참여의 필요성과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이다. 벌써 공무원과 시민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음을 본다. 어느 분과위원회 워크숍에서 어느 부서의 팀장이 업무를 보고하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인천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중심으로 일반행정 뿐 아니라 주민참여도 잘 이뤄지는 도시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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