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동 식자재매장 일시정지 기간 무시하고 판매개시… SSM가맹점과 판박이

삼산동 대상식자재납품저지삼산동대책위 김경옥 회장이 사업철회를 요구하는 농성 이틀째날 매장 앞에 드러누워 출입을 막고 있다. 현수막이 펼쳐지기 전 상인과 업체 측간 밀치기와 실랑이가 오갔다.
농성 이틀 째… 업체 측 직원 만취상태 운전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주식회사(이하 대상)가 식자재 도소매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각지에서 중소유통상인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 전국에서 최초로 사업 일시정지 결정이 내려진 인천 삼산동에서 영업이 개시되자 상인들이 이를 저지하며 지난 4일 오후 농성에 돌입했다.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은 “법을 무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일시정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사업조정을 피하려고 ‘바지사장’을 앞세운 가맹점 형태로 입점하려다 일시정지 결정을 받았는데, 똑 같은 행태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가 판가름 난다. 영업을 강행하면 우리는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농성 이튿날 5일, 상인들이 매장 입구에서 입점철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농성을 전개하려 하자 대책위상인과 업체 측간 몸싸움과 실랑이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 직원이 만취한 상태에서 대책위상인들을 향해 ‘XX 뭐하는 거냐’고 행패를 부린 뒤, 트럭을 후진하다가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트럭 주변에 있던 대책위 상인들이 가까스로 제지하면서 차는 1미터 남짓 후진하다가 멈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콜농도가 0.206이 나왔다. 이는 형사입건대상으로 벌금형과 운전면허취소에 해당한다.

삼산동대책위 김경옥 회장은 “여전히 일시정지가 유효한 상태에서 영업을 강행하려하자 막는 것인데, 만취상태로 행패를 부리고 차량 뒤에 상인들이 있었음에도 음주운전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 일시정지 결정이 내려진 인천삼산동 대상식자재점 앞에서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을 비롯해 인천도매유통연합회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등이 사업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바지사장 꼼수” vs “대상과 무관”

앞서 삼산동대책위는, 지난해 8월 대상이 식자재 도소매업체인 중부식자재(주)를 인수해 삼산동에 신규 입점하려하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8월 30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근거해 일시정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삼산동 식자재 도소매점은 사업 일시정지 기간인 동시에 대상과 삼산동 상인 간 자율조정 기간에 놓여있다. 이 자율조정이 무산되면, 중소기업청은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강제 조정명령을 내리게 돼있다.

중부식자재를 인수한 뒤 매장을 열려고 했던 대상은 사업 일시정지로 제동이 걸리자 현재 폐업신고를 한 상태다. 그 뒤 올해 1월 30일 중부식자재 대표 C씨의 매형 L씨가 ‘달인식자재마트’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폐업신고를 하고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현재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대상 철회를 요청해둔 상태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달인식자재마트에 ‘대상 자본이 아닌 실질적인 개인사업자’임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달인식자재는 자료를 제출했으며, 중소기업청은 현재 개인사업자인지 대상 자본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상재벌 식자재납품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이하 대상저지인천대책위)’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사업조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상저지인천대책위 조중목 위원장은 “초기 건물 공사비만 7억이 들어갔다. 이후 대상이 개인업자에게 임대료는 2억을 받고 16억원 규모에 이르는 주차장부지는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요즘 같은 때 누가 16억원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나? 또 외상으로 들여온 물건 값만 10억원 규모다. 이 막대한 자금을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가?”라고 한 뒤 “청정원이 사업조정을 피하려고 바지사장 꼼수를 부리고 있다. 안 속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달인식자재마트 대표 L씨는 상인들이 오히려 억지를 부린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보증금 2억원에 월 650만원을 내고 있는데 이는 (대상과 관련 없는)건물주에게 내는 돈”이라고 한 뒤 외상 물건 값에 대해서도 “물건 값은 판매한 뒤 지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상임대 논란에 대해서는 “어차피 노는 땅 쓰면 어떻겠냐고 대상 측에 물었다. 그랬더니 대상에서 (무상으로)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상베스트코 사업본부장 또한 “달인식자재마트는 대상과 관련이 없다. 물건 값 빼고 투자금만 10억 들어갔는데, 일시정지 결정 났다. 손실을 보던 차에 달인식자재가 인수하겠다고 해서 건물 임차금 받고 정리했다”고 했다. 주차장부지 무상임대에 대해서는 “포장을 해주는 조건으로 1년 동안만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 이후 시세에 따라 임차료를 받기로 했다. 현재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본부장은 또 대상을 인수한 중부식자재 C씨와 대상 삼산점을 인수한 달인식자재 L씨가 처남매형관계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았다”고 한 뒤 “모든 자료는 중기청에 제출했다. 대상은 달인식자재마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상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중기청,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며 언급 회피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삼산동식자재점 ‘사업조정 대상’ 여부는 사실상 중소기업청의 검토 결과에 달려있다. 중기청이 삼산동매장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대상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 대전, 청주, 부산, 울산, 진주, 전주, 익산, 군산, 광주 등 국내 11개 지역 식자재매장의 사업조정 대상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 담당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소명자료가 제출됐다.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워낙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개인사업자면 사업조정 철회가 받아들여지고, 아니면 일시정지가 유효한 것 아니냐?’고 묻자 “원칙적으로 그렇다.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기청에 입장에 대해 삼산동대책위상인들은 격앙 된 반응을 보였다. 삼산동대책위 김경옥 위원장은 “중소기업청에서 이곳에 한 번도 안 왔다. 최소한 와서 현장을 점검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혔다.

그는 또 “식자재납품을 해본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 개인이 식자재 장사를 할 때 지역에 있는 대리점, 그러니까 오뚜기 대리점ㆍ몽고간장 대리점 등 대리점을 안 끼고 장사할 수가 없다. 왜냐면 물건 구색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달인식자재마트)는 지역에서 물건 하나도 안 가져다 쓰고 오픈했다. 대상물류에서 물건이 외상으로 들어오니깐 가능한 일이다. 이게 어떻게 개인사업자냐?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시대다. 중소기업청이 하루속히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청이 민감한 사항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회장은 “중소기업청이 이번 선거를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더욱 중요하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유통산업발전법ㆍ상생법 개정 투쟁과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과정에서 재벌 편에 앞장선 정치인을 낙선대상자로 발표했다. 나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을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한다. 이번 총선에서 심판한 뒤 바로잡자”고 덧붙였다. 

도매보다 싼 소매가격, “시장 잠식 대기업 선전포고”

상인들이 농성에 돌입하기 바로 전 달인식자재마트가 판매를 개시했을 때 소매가격을 보니 도매가격보다 매우 저렴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자재 도소매업체가 들어설 경우 상당한 시장잠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시중에서 18리터 들이 오뚜기콩기름의 도매가격은 3만 6500원이고, 소매가격은 3만 8000원이다. 중소도매업체들이 1500원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그런데 이날 판매된 소매가격은 도매가격보다 싼 3만 5000원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시중에서 5개 들이 신라면 1봉지의 도매가격은 2900원인데, 여기서는 2750원에 판매됐다. 또 1리터 들이 오뚜기참기름의 도매가격은 1만 4500원이고 소매가격은 1만 6000원인데 비해 1만 2500원으로 이 역시 도매가보다 현저히 싸게 판매됐다.

이런 사실을 방증이라도 하듯 일시정지 기간임에도 불구 영업이 시작 되자 이미 농성첫날에도 영업사실을 알고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있었고, 이튿날에도 소비자들이 달인식자재마트를 찾은 뒤 농성이 전개되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미 도매가격보다 싸다는 소문이 일대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소매가격을 보면 도매가격보다 낮다. 대기업이 물량공세로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사업자등록증을 파악해보니 대상이 수도권에서만 식자재업체 15개를 인수했다. 이 중 한 곳은 물류업체다. 삼산동도 주차장부지는 당초 물류센터 부지였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발 빠르게 식자재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청이 대상 손을 들어주면 중소유통업자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소매업체의 몰락 그리고 대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하루속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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