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인천투데이│미닝아웃(Meaning Out)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는 중이다. 단순히 가성비를 따져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른 선택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최근 소비풍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동안 유행했던 ‘워라밸’이나 ‘소확행’ 등이 철저히 개인에 집중됐다면, 미닝아웃은 정치, 경제, 문화 등 개인을 넘어선 영역으로 가치관을 확장시켜 간다는 차이가 있다. 사회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망과도 맞물린 현상이다.

미닝아웃의 소비 형태는 특히 먹거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환경과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품 구매다. 환경을 생각해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상품을 구입하지 않거나,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에 커피를 담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과대 포장이나 포장재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소비가 소비자 운동의 형태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동물복지와 관련해서는 보다 적극적이다. 대개 포장지에 숨겨져 있긴 하지만, 달걀의 난각번호를 찾아 고른다거나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인증제품을 선택해 구매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것은 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케이지 프리 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아예 비거니즘에 기초한 탈육식을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기도 한다.

요즈음은 비건 대신 ‘식물기반(plant-based)'이란 용어도 많이 쓴다. 아무래도 비건이란 단어에는 의무나 행동을 강요받는 느낌이 있어서 대체 용어로 개발된 말이다.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동물들의 생활공간인 생츄어리(Sanctuary) 건설이 시도되기도 한다.

보호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안락사나 살처분을 막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이면서 인간과는 다른 동물들의 삶을 존중하기 위한 방법론적 모색이기도 하다.

탈육식 운동의 밑바탕에는 고통과 차별이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개체로서 존재했던 생명체가 죽음 앞에서 느껴야 하는 고통을 공감하자는 것과 비인간인 동물들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종차별주의에 대한 거부가 그 정신 안에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차별에 대한 인식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과도 연결되면서 윤리적 소비에 기초한 바른 먹거리 운동이 차별 철폐를 위한 사회운동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차별과 관련해서 지나간 3월 한 달은 연관된 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했다.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고, 21일은 ‘국제인종차별 철폐의 날’, 25일은 ‘국제 노예제도 및 대서양 노예 무역 희생자 추모의 날’이었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받아 온 고통을 공감하고 개선하자는 취지가 이러한 날들을 만든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기념일의 출발 지점에 ‘삼겹살 데이’란 걸 만들어 끼워 넣었다. 매년 3월 3일이 되면 그 전후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40% 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동물의 희생을 강요하는 축제와 기념일은 사람이 만든 가장 잔인한 행사 중 하나다. 더구나 돼지나 소의 경우는 새끼를 기계적으로 생산하는 모돈과 모우의 문제가 겹쳐 있다. 암퇘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젖소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때 육우로 도축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한우의 수정란을 받아 젖소에게 이식하는 대리모 역할도 강요되고 있다. 젖소가 낳은 누런색 한우를 보기 위해 목장을 찾아간 적이 있다. 대리모는 출산하자마자 새끼를 빼앗겼다. 한우의 상품성을 위해서다.

모돈이 끊임없이 낳은 돼지를 먹기 위해 만든 삼겹살 데이의 바로 뒤에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다는 건 모순이다. 인천에서도 최근 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종에 대한 존중 없이 자연의 가치가 회복될 수 있을까. 환경특별시의 홍보 사이트를 보면서 수십 년 간 반복된 구호의 재탕으로 끝나버리진 않을 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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