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학부모부담 교육경비 공개<2> 수학여행비

우리나라는 현재 헌법상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으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된 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무상교육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무상교육임에도 수요자 부담원칙이라는 명목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꽤 많기 때문이다. 이에 <부평신문>은 대표적인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인 졸업앨범비와 수학여행 경비, 교복비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들은 모두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의 심의 사항이다. 학운위에서 논의만 제대로 하면 학부모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최근 교육 비리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보면,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에 대한 비리가 적지 않다. 이번 보도가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토론의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비, 국내 2박3일 최고 30만원

2011년 인천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첨부된 ‘2011년 인천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수학여행ㆍ수련활동 현황’에서 부평지역 초ㆍ고교 35곳만 따로 단순가격을 분석해본 결과, 사립학교인 인천외국어고등학교가 124만 5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 학교는 1학년을 대상으로 싱가포르(124만 5000원)와 중국(74만원)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현황 자료에는 부평지역 중학교 자료는 없고, 고등학교 18곳과 초등학교 17곳의 자료만 있었다. 자료 양이 방대해 수련활동을 제외하고 수학여행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국내 수학여행만을 봤을 때, 고등학교 중 가장 비싼 수학여행은 명신여고의 제주도 3박4일 여행으로 1인당 36만 9000원이었다. 2박3일 제주도 여행 중 가장 비싼 학교는 삼산고였다.(아래 표 참고)

▲ 2011년 부평지역 고등학교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현황.
제주도행 학교들을 비교해보면, 가장 비싼 삼산고는 1인당 30만 6000원이었으며, 가장 저렴한 학교는 인천세무고로 24만 1000원이었다. 삼산고는 3월 16~18일에 다녀왔고, 인천세무고는 5월 23~25일에 다녀왔다. 참가 인원은 삼산고가 419명으로 인천세무고 306명보다 113명이 더 많았다.

버스가격 총액을 비교했을 때, 삼산고는 1727만원이었으며, 인천세무고는 757만 3000원이었다. 숙소가격 총액에서는 삼산고는 3531만 6000원이었으며, 인천세무고는 1416만원이었다. 인원 차에 비해 가격 총액차가 크게 났다.

삼산고가 버스 13대를 3일간 이용, 1대 당 하루 이용 금액을 계산하면 약44만 2000원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같은 업체를 이용한 부평디자인고의 경우 약36만원(1081만 7000원 = 약36만원×10대×3일)이었다.

이에 대해 삼산고 행정실장은 2일 “자료를 찾아본 결과, 버스 13대를 1대당 하루 33만원으로 계약했다”며 “다만 학교에서 공항까지 왕복으로 버스 10대를 44만원에 이용한 비용이 포함돼 금액이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평디자인고는 학교에서 공항까지 왕복 버스 비용까지 포함해 계약한 것이라고 밝혀, 삼산고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타 지역 수학여행의 경우 최고 18만 5000원에서 최저 10만 8000원이었다.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초등학교를 보면, 경주 여행을 다녀온 일신초가 13만 7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경주행 중 가장 저렴한 학교는 부광초로 12만원이었다.(아래 표 참고)

▲ 2011년 부평지역 일부 초등학교 수학여행 현황.
공주ㆍ부여행은 부개서초가 12만 2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삼산초가 9만 7000원, 부평동초가 9만 1000원으로 가장 저렴한 편이었다. 이 학교들은 3일 중 둘째 날은 버스를 이용하지 않아 버스비용을 이틀 치만 지불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산초 행정실장은 “첫째 날과 마지막 날 공주와 부여의 유적지들을 돌아봤고, 둘째 날은 숙소에서 수련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비가 30만원에 육박하고, 초등학교도 10만원이 넘어 학부모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학교나 일부 기부자가 수학여행비를 대신 내주기도 하지만, 교육청의 자료를 보면 한 학교 당 많게는 50명이 넘는 학생이 수학여행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가는 학생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보호자에게 상당한 부담…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김아무개(43)씨는 “수학여행비뿐 아니라 방과후학교 비용, 급식비, 체험활동비 등으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기에 부담이 크다”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수학여행이 정말 그 목적에 맞게 학생들이 무언가를 배우고 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학여행 관련 일정이나 비용이 부풀려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 남구 초교 교사인 문아무개(38)씨는 “2년 전 일정을 꼼꼼하게 짜서 1박2일로 반 학생들과 부여로 체험활동을 다녀왔는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을 모두 돌아보고도 1인당 6만원 정도만 들었다. 전체 학년이 움직이는 대규모 수학여행은 일정이나 비용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반 학생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수학여행 관련 학교장의 비리 문제 이후 교육청에서도 소규모ㆍ테마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대규모 수학여행보다는 소규모 수학여행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참여, 학교운영위 심의 상당히 중요

학부모들이 수학여행활성화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부평구 한 초등학교 운영위 안건으로 하루 체험학습 전세버스비가 1대당 41만원이라고 제출됐는데, 학부모 위원이 비싸게 책정됐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31만원으로 조정됐다.

또, 남구 한 초등학교는 2박3일 체험학습 전세버스비로 1대당 하루 53만원의 비용이 운영위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학부모 위원들이 의문을 제기해 하루 42만원, 이틀 치만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부평구 초교 교사인 최아무개(42)씨는 “지난해부터 학교에선 수학여행활성화위원회를 꾸려 학부모와 함께 사전 답사를 다녀오고 평가를 해 숙소 등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수학여행활성화위원회에 적극 참가하고, 학교운영위에서 심의를 제대로 한다면 저렴한 비용에 좋은 장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2010년 8월 수학여행 업체 선정과 관련해 버스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교직원 10명을 징계했다. 당시 공ㆍ사립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등 32명은 업체 선정 대가로 한 버스업체로부터 금품 20만~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또한 교장이 바뀌면 수학여행 업체도 교장에 따라 바뀌는 등 교장의 발령지를 업체가 따라다니는 사례가 <부평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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