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인천국제공항 개항 20주년이다. 지난 20년 간  인천공항은 세계공항 역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 그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유치찬란히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골프&리조트와 인천공항 지원시설인 골프장 토지 사용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 인천공항공사가 벌이는 행태를 보면 ‘공기업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할 정도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지난 2월 2일 취임한 인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스카이72에 4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스카이72 주변에 공사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펼침막을 걸더니, 전광판 차를 이용해 시위하기 시작했다. 

공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 또는 시민사회단체가 주로 하는 집회신고를 경찰에 냈다. 교통정보, 공항정보 등을 알려야할 도로 전광판에 스카이72를 비난하는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문구를 내 보내기도 했다. 공항 순환버스는 같은 주장을 담은 문구를 달고 운행한다.

공사는 이도 모자라 단전·단수, 도로 차단 등으로 골프장 종사자를 위협하고 있다. 공사는 놀라운 상상력과 전광석화 같은 빠른 움직으로, 집회와 시위에 익숙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울고 갈만한 집회·시위 방법을 시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언제부터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로 변모했단 말인가. 아니면 시민사회단체 코스프레를 해서라도 코로나19로 발생한 천문학적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그도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공사가 알리고 있는 시위 문구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무단점유의 종식만이 고용안정의 지름길입니다. 스카이72골프클럽 종사자 분들의 불안으로부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72가 영업을 중단하면 당장 골프장에서 일하는 1100명이 소송 예상기간 3년이상 실업상태가 된다. 공사도 이를 빤히 알텐데 이런 문구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다. 정부는 인천공항 관련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 하는데 공사는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토지를 제외한 골프장 시설 소유권은 법적으로 소송 중이라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공사의 주장도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사는 토지 임대차계약서 상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인천공항 골프장 종사자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고 있다. 

하기야 평생 세금으로 만들어진 나랏돈으로 월급 받는 삶을 살아온 관료출신 김경욱 사장이 노동자 1100명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을 염두에 두기나 할까. 그저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일 중에 하나겠지.

평생 나랏돈 받아먹고 산 사람이 일반 백성들의 생존권을 안중에 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공사가 국내 최대 공기업인지 의심스럽다. 노동자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갑질왕’이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공공기관은 법적 분쟁이 생기면 소송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김경욱 사장은 마치 힘없는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들이 하는 저항 방식을 흉내 내고 있다. 현수막과 집회신고 등은 사회 약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하는 행위다. 공기업이 할일은 아니다.

단전·단수는 불법 협박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형법 195조(수도불통)는 ‘공중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 그 밖의 시설을 손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불통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런데 공기업이 불법을 자행하겠단다. 공기업의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갑질'을 넘어 불법을 동원해 노동자의 밥줄을 끊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아, 인천공항공사의 위대한 '갑질'이여.

일자리를 1100개나 없애겠다는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 사장의 발상은, 민생에 아예 생각이 없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코로나19시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노력을 다해 고용 안정과 정규직 전환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그런데 김경욱 사장은 일자리를 없애는 데 혈안이 된 모양이다.

이는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임기는 1년 남았고 자신의 임기는 이제 시작했으니 대통령 눈치 볼 일 없다는 것인가. 바야흐로 레임덕이 시작 된 것인가. 부디 인천공항공사의 '갑질'과 김경욱 사장 항명의 길에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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