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마땅히 주어져야 할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투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쟁취해낼 수 있는 어려운 목표이다. 그럼에도 권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문화는 끊임없이 소수자에게 시혜의 대상으로 머물 것과, 정중히 시혜를 요청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 ‘조용히 얌전히 이야기해야 들어줄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며 절실한 요구를 쉽게 외면하고 응징한다. 국가는 ‘괘씸’하게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면 벌금 폭탄이라는 손쉬운 신자유주의적인 통치방법으로 길들이려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답하며 직접행동에 나서는 활동가들이 있다. 그중 오랫동안 장애 인권을 위한 직접 행동을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있다.

전장연은 비장애인들에겐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을 내는 직접 행동들을 하며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저상버스 확대를, 장애노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유지를 요구했다. 장애인에게 무언가 특별히 더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그저 일상을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머리에 사다리를 쓰고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도로교통법’ 등 그저 목소리내는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한 법을 들이밀며 벌금을 부과했다. 4400만 원의 벌금을 떠안게 된 활동가들은 노역투쟁을 결정하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벌금이나 노역에도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보다 강력하게 소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현실이 너무 한탄스럽다.

최근에 동물 해방을 위해 직접행동을 하는 DxE(어디에서나 직접행동, 동물 해방 활동가 단체)의 은영 활동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동물해방 운동을 하는 직접행동 활동가들은 육식 메뉴가 나오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동물들과 연대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고 했다.

또한 도살장에 들어오는 소와 돼지, 닭이 가득 실린 트럭을 가로막고 동물들에게 다가올 죽음의 시간을 잠시 멈춘 뒤 물을 주기도 하고 평화와 연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식사도 막을 수 없고 동물들의 죽음은 막을 수도 없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은영 활동가는 ‘너무 일상적이여서 느낄 수 조차 없는 차별과 폭력의 순간을 잠시나마 붙잡아서 사람들에게 현실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폭력 직접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은영 활동가는 ‘인간동물과 다른 동물들의 관계와 상황은 하나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하며 ‘우리는 인간 동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존재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모두가 포함되는 세상, 평화가 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당사자로서, 그리고 공존해야 할 공동체 구성원이자 연대자로서, 대안을 제시하는 조정자로서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불편하게 여겨진다면, 왜 불편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 동물 중심의 세상이 다른 동물들을 얼마나 착취와 폭력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시스템 가운데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인간 동물들이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인간 동물들을 어떻게 구분 짓고 배제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런 사회에서 ‘정상’이라는 범주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른 존재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존재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외면이 아니라 연대를, 응징이 아니라 박수를 보낼 수 없을까.

인류의 역사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기위해 싸우는 과정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직접행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 모든 존재의 존엄을 위해 직접행동에 나서는 활동가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더 이상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희생과 고통이 집중되지 않아도 되는, 겁쟁이들의 연대가 가능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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