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움학교 창영초·서흥초 중심 마을교육 공감 확산
마을 교육·돌봄 가치...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빛나
동구 교육여건 열악... 시교육청·동구 예산 지원 필요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명제를 실천하는 곳이 있다.

인천 동구 주민들은 지난 2월 날이 갈수록 무너지는 원도심의 교육환경과 마을의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동구마을교육협의회’를 공식 출범했다.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임용렬(오른쪽) 대표와 심준희(왼쪽) 사무처장.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임용렬(오른쪽) 대표와 심준희(왼쪽) 사무처장.

인천은 신도시와 원도심의 교육격차가 크다.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한 신도시는 높은 교육열과 많은 학생의 유입으로 학교가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은 인구 공동화 현상과 학교 이전 문제로 교육환경이 열악해졌다.

어려운 교육여건을 타계하기 위해 동구 교사들은 마을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하루에 겨우 6시간가량을 보내는 학교 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을교육을 위해 먼저 나선 곳은 인천시교육청이 행복배움학교로 운영하는 서흥초등학교와 창영초등학교이다.

두 학교는 2015년부터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마을의 지역아동센터·도서관·문화예술단체 등과 연계한 교육을 펼쳤다. 마을교육 공감대는 더욱 확산됐다.

이런 활동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빛을 발휘했다. 학생들의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 마을 구성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동구사랑 공동체’를 구성해 돌봄과 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지역 내 복지관·아동센터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여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돌봄을 진행했다. 등교 중단으로 갑자기 급식을 먹지 못하게 된 학생들을 위해 인근 학교들이 예산을 토입해 도시락을 제공했다. 도시락은 교사들이 직접 전달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마을교육 공동체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후 동구 내 기관과 단체 53개는 힘을 모아 지난 2월 동구마을교육협의회를 출범했다.

교육협의회는 다양한 주체들이 자발성을 발휘해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꾼다. 또한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 마을 구성원 모두가 협력하고 책임지는 돌봄과 배움을 도모한다.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모여 마을교육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구 마을교육협의회 회의 모습.
동구 마을교육협의회 회의 모습.

“주민 자발적 단체지만 지자체 지원 절실”

교육협의회 초대 대표는 임용렬 창영초교 교장이 맡았다. 임용렬 교장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교육협의회를 구성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2013년 지방세법 개정 이후 동구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세 감소로 인천에서 유일하게 학교 교육경비 보조금 제한을 받는 자치구인 만큼 더욱 지자체의 지원이 중요하다.

임 교장은 “협의회를 구성하는 단체마다 분담금을 내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재정지원을 위해 허인환 동구청장과 동구의원들을 만났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동구마을교육협의회는 우선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모에 응모해 운영예산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사업계획을 토대로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도 공모할 예정이다. 마을축제·마을캠핑 등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할 사업이 중심이다.

지난 2019년 진행한 서흥행복마을공동체 마을축제 무대.
지난 2019년 진행한 서흥행복마을공동체 마을축제 무대.

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을 맡은 심준희 서흥초 교사는 “교육협의회는 시교육청에도 관련 사업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시교육청은 교육협의회가 진행한 교육·돌봄 사업들을 토대로 ‘온마을 함께 돌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관련 TF팀을 꾸려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용렬 교장은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학교가 전면 등교를 못 한다. 그만큼 돌봄과 교육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동구 마을교육협의회가 마을교육공동체를 잘 정착시킬 수 있게 초석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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