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은 · 부영공원 가꾸기 시민모임 사무국장

2002년 3월, 674일간의 기나긴 천막농성 끝에 이루어낸 2008년 미군기지 반환 결정!

그후 친일파 후손들의 땅 소송으로 다시한번 맘고생을 했지만 2년 뒤 미군기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미군기지 뒤편에 열린 공간에는 현재 800여명의 주민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고 가족들과 놀러나오는 부영공원이 생겼다. 주말에는 조기축구회와 야구회가 이용하는 잔디구장과 야구장도 생겼고.
그러나 부영공원은 화장실과 식수대도 변변찮고, 심지어 위험한 조명시설은 비라도 올라치면 혹 땅에 떨어져 합선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마저 들게 한다.

전기시설은 또 어떤가? 작년 여름과 가을 부영공원에서 가족야외영화제를 진행하는데 스크린과 앰프를 설치해놓고 상영 10분전 공원의 전기가 모두 나가버렸다. 영화제를 하는 전기 소모량은 가정에서 가전기구 몇가지를 틀어논 소모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 500여명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우성4차아파트 관리소에 사정을 해서 전기를 따가지고 오는 식은땀 흘리는 일까지 생겨났다.

그 뒤론 부영공원에서 행사를 할땐 아예 인근 아파트에서 전기를 빌려온다. 그뿐인가? 폐 간판이며 현수막을 버리는 쓰레기 집합소가 이 부영공원이며, 산곡남초등학교 통학로에 쓰러져가는 담장은 학부모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재작년 산곡남초 학부모들이 서명을 통해 부영공원 담장을 허물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구청에서는 국방부 또는 산림청 땅이라는 이유로 외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해 부영공원을 공원답게 가꾸자는 취지로 주민들이 ‘부영공원가꾸기시민모임’을 만들었고,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민원을 냈다.
요구안은 다음과 같았다. 부영공원에 쌓여있는 폐자재 철거, 화장실·조명시설 등 기본시설 설치, 부영공원의 담장을 허물어 공원답게 만들기.

구청은 “폐자재를 깨끗하게 치우고, 화장실·조명시설 등 기본시설은 2006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 하지만 담장은 2008년 허물어질 것이니 현재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폐자재는 치우다 만듯하고, 기본시설 설치 예산은 올해 예산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질 않는다. 반면에 담장을 허물어 공원답게 만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2년 뒤 철거될 담장에 벽화를 그리겠다는 예산이 편성돼 있다.

부영공원가꾸기시민모임 관계자가 구 의회 예산 심의에 앞서 구청 녹지팀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혹시 부영공원 담벽에 벽화를 그린다는 계획이 2006년도 예산안에 있나요?”

“에이, 설마요. 2008년이면 무너질 담인데 뭐하러 돈을 들여 거기다 벽화를 그리겠어요” 공무원의 답변은 명쾌했다.

그런데도 부영공원 담장에 벽화를 그리기 위한 예산 1천183만원이 올해 예산서에 명시돼 있다.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예산을 심의한 의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를 통과시켜 줬을까?

주민들에게 부영공원 담장에 벽화를 그리겠답니다. 하고 우스개로 던지면 주민들은 말한다. “에이, 설마요. 차라리 차량과 부딪혀서 담장이 허물어졌다고 합시다. 담장이나 허물라고 하슈”

주민들의 현명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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