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정민섭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정민섭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투데이ㅣ2000년 SK 와이번스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기존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을 인수해 인천을 연고로 창단했다. 비록 창단 초기 낮은 전력으로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입단했고, 한편으로는 쌍방울 출신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차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2003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비록 당시 정규시즌 1위를 한 현대유니콘스에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최정, 김강민, 박재상 등 좋은 야수들이 입단했고 2007년에는 좌완 파이어볼러 김광현이 입단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SK 와이번스는 왕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7~2008년 시즌에서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09년에는 KIA 타이거즈와 접전 끝에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010년 다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이후로도 SK 와이번스는 부침을 겪었지만 2018년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왕조의 명망을 이어갔다.

그런데 2021년 1월 돌연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팀 인수설이 나돌더니 전광석화로 와이번스팀이 매각됐다. 이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착잡함과 기대가 교차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양한 반응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팀명이었다.

20년 간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팀으로 와이번스라는 팀명은 인천시민에게 각별하다. 우스개소리로 SSG 트레이더스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3월 들어 팀명이 정해지기 이른다. 랜더스가 그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랜더스라는 팀명을 설명하면서 인천이 대한민국의 관문 공항인 인천공항에 첫 발을 내딛는[Landing] 도시이며 대한민국에 야구가 처음 상륙한[Landing] 도시이기에 신세계가 새로운 야구문화를 인천에 상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또 우주선 모양의 엠블램을 설명하면서 ‘미지의 개척지’에 착륙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전했다.

모두 좋은 의미다. 다만 랜더스라는 팀명에서 느껴지는 ‘상륙’이라는 의미가 필자는 마음에 걸린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천은 6.25전쟁의 전황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도시이다. 작전의 성공으로 연합군과 국군은 서울을 탈환하고 38선 이북으로 전진하게 됐다. 이러한 승전의 신화로서 인천상륙작전은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그렇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이면에 있는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이 그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미군 주도의 연합군은 5일 전부터 월미도에 네이팜탄을 투하했고 이때 당시 월미도에 거주했던 120여 가구 600여명의 주민은 폭격을 그대로 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인에 대한 사전 경고도 없이 이루어진 폭격으로 약 100여 명의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현재 추정하고 있다. 또 폭격과 함께 해상 함포 사격도 인천 시가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다시 돌아온 인천시민들에게는 폐허 밖에 남지 않았다. 월미도 주민들에게는 그 폐허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월미도에 자리잡았던 마을은 전쟁 이후에 군사기지로 전환됐고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던 주민들은 고향을 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01년 군사기지 일대가 인천시로 반환되기 전까지 민간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인천상륙작전을 기리는 행사는 매년 9월 15일 열린다. 상륙작전의 재현과 군악대의 퍼레이드, 인기 가수의 축하 공연 등 승전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여기에선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진 전쟁 피해자의 모습을 기리지 않는다. 다만 승리의 역사만을 기념할 뿐이다. 이렇듯 인천에선 상륙작전에 가려진 전쟁의 광폭함과 비참함을 함께 추념해 아픔을 보듬는 진정한 의미의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는 일이 여전히 요원하다.

인천이라는 도시의 이미지 속에는 이와 같은 패러독스가 깔려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단의 팀명이 랜더스인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긍정적 의미만을 받아드리고 인천이라는 도시가 지닌 중첩적이고 모순적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 맞을까?

같은 의미의 상륙(Landing)이라 할지라도 인천지역의 역사가 지닌 어두운 부분을 해결해야만 신세계그룹의 설명처럼 랜더스라는 팀명이 인천과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 현재에 있어 SSG 랜더스는 유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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