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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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113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한 8일, 웹사이트·정당·단체 등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성 평등을 위해 싸웠던 많은 사람을 기리고 오늘을 사는 많은 여성에게 빵과 장미와 함께 축하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투쟁한 미국 여성 노동자 15만여 명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의 시위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여성들의 첫 대규모 시위였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들보다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훨씬 더 낮은 임금을 받았고 정치적 의사결정권(선거권과 노동조합결성권) 또한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부당함에 분노한 여성들은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여성의 날이 됐다.

113년 전 여성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빵’은 임금 차별로 인한 굶주림이었고,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였다.

2021년 오늘, 우리의 빵과 장미는 어떠한가.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3분의 2 수준이다. 남성 노동자의 임금이 2만3566원인데 비해, 여성은 1만3417원에 불과하다. 또한,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시간은 3시간 7분으로, 남성(54분)보다 2시간 13분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배가 넘는 시간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매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이 9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강력범죄의 피해자 90%가 여성이며, 여성 2명 중 1명은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통계의 수치들은 여성들의 삶에서 현실이 된다. 책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그토록 많은 이유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지만, 결혼이나 육아 등의 사유로 전전긍긍해야 하는 삶, 일상 곳곳에 도사린 여성폭력의 위험에 해가 진 귀갓길이면 언제나 “조심히 들어가~ 가서 연락해”라는 인사를 해야 하는 삶, 성폭력 피해자가 되도 자책해야 하는 삶, 코로나19 상황 같은 경제위기가 올 때면 가장 먼저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삶. 이 모든 삶의 고난이 여성들 개인의 잘못이나 능력 부족으로 이야기된다.

미투운동과 낙태죄 폐지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성평등을 이야기하면 꼭 따라오는 ‘여성 상위시대’, ‘역차별’과 같은 이야기들로 여전히 여성들의 삶은 부정당하고 있다.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고정관념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을 공격하던 고정관념과 차별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약자인 성 소수자에게, 장애인에게 향한다.

최근 생을 마감한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인 이유이다. 그래서 이번 여성의 날에 여성들의 투쟁을 기념하며 마냥 축하만 하기에는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동료 시민들을 애도하고,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싸운 모든 이들의 용기를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다가올 내일은 내가 어떤 성별이든 생존의 위협이 없는 세상, 내가 나인 것으로 존중받는 세상, 우리의 경험이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 2021년, 우리에게는 여전히 빵과 장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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