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8회 새얼아침대화 박남춘 인천시장 강연
“민방위복이 도시기본기능 중요성 느끼게 해”
“수도권 규제로 인천 역차별...발전 제약받아”
"환경부ㆍ서울시ㆍ경기도 대체매립지 불가능"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태풍 ‘프라피룬’ 때문에 취임식도 못한 채 민방위복을 입고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끊이지 않는 재난과 마주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10일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2021 시정운영방향 - 코로나 19 극복과 인천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제7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임기를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태풍 ‘프라피룬’으로 취임식을 못 열었다. 이후 ‘세일전자 화재’, ‘수돗물 적수’, ‘아프리카돼지열병’, 태풍 ‘링링’, ‘코로나19’, ‘수돗물 유충’ 등 재난대응에 임기를 보내고 있다.

박 시장은 “임기 내내 노란 점퍼(민방위복)을 벗을 일이 없다. 오늘도 민방위복을 벗으면 못 알아볼까봐 민방위복을 입고 왔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 후 강연을 시작했다. 아래는 박 시장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민방위복이 도시 기본기능 중요성 일깨워”

많은 재난 상황은 인천에 교훈도 남겼다. 도시 기본기능의 중요성, 기후위기 심화에 대응 필요성, 안전사고 예방 대응체계와 초기대응의 중요성, 재난분야에서 인천의 약점 등을 확인했다.

수돗물 적수사태 당시 초기대응을 너무 못했다. 오래 끌지 않아도 됐을 문제였다. 이를 교훈삼아) 수돗물 유충 사태 초기대응은 잘했다고 본다. 밤 11시에 보고가 왔을 정도다. 1주일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평소에 준비를 하는 것과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은 수돗물 적수와 유충사태를 겪은 뒤 정수장에 식품공장 수준의 국제표준규격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직으로 평가받던 상수도본부의 인적쇄신도 준비하고 있다.

인천 정수장에 식품공장 수준의 인증을 받기 위해 ‘국제표준규격 ISO22000’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 회사에 의뢰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과 노후 상수관로도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상수도본부를 한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수도본부야말로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조직을 개편해 수질안전부를 신설했다. 수질만 관리하는 부서다. 수질연구소 기능도 확대했다. 인적쇄신은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인천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공항, 항만을 보유한 관문도시지만 감염병 대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인천은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 도움 없이 격리시설을 운영 할 수 없다.

공항 근처에 거주하는 영종도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불안을 호소한다. 그런데 공항 근처에 감염병 대응시설이 없다. 인천은 SK와 하나은행이 빌려준 연수원을 격리시설로 사용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결국 호텔을 빌려야 한다. 호텔, 모텔 등을 빌려 사용할 경우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발생한다.

“인천, 감염병 관리 모범도시...경제방역도 모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세계가 인천을 주목했다. 차량검진(드라이브스루) 착안자가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다.

인천에서 착안한 차량검진이 세계로 퍼졌다. 인천이 자랑할 만하다. 적어도 감염병 관리는 인천이 잘하고 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24시간 근무체계를 갖췄다. 민간에 맡겼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광역시도 보건환경연구원 17개 중 인천의 검사 건수가 압도적 1위다.

정부가 지난 1월 3차 재난지원금 지급할 때 인천은 인천형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이른바 ‘핀셋지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인천은 경제방역 모범도시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 지역화폐인 ‘인천e음’의 누적 거래액이 5조 원을 돌파했다. 1인당 연간 66만 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143만 명이 ‘인천e음’에 가입했다. 인천 경제활동인구의 88.3%이다. 경제활동인구가 거의 다 쓴다고 보면 된다.

인천e음은 대기업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다. 중소상인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시는 50만 원까지 10% 캐시백을 지급한다. 다시 소비하지 않으면 현금처럼 쓸 수 없는 포인트다. 소비활성화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인천은 이 덕분에 선별·보편적 복지 논쟁이 필요없는 도시가 됐다.

정부의 지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인천은 인천형 지원금을 지급했다. 전세버스 기사, 문화예술인 등 사각지대를 챙겼다. 정부에서도 ‘인천형 핀셋지원’이라 칭하며 칭찬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인천, 수도권 규제로 역차별 받고 있어”

인천의 에너지자립도는 247%로 국내 광역단체 중 가장 높다. 얼핏 보면 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역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수도권 폐기물도 인천의 매립지에서 처리한다.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오는 폐기물 비율은 사업장폐기물이 57%, 생활폐기물이 23%, 건설폐기물이 20%이다.

인천은 인천이 생산하는 전기의 40%만 사용한다. 나머지는 서울과 경기로 보낸다. 인천이 생산하는 전기의 60%를 석탄을 사용해 만든다. 이로 인해 발전소 근처 주민은 미세먼지와 비산먼지 등 고통을 호소한다.

인천은 30년간 수도권매립지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사업장·건설폐기물 중간처리 업체가 많다. 이 곳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많다. 사업장·건설폐기물 처리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인천은 이 문제를 모두 떠안고 있다.

수도권 3개의 반입량을 보면 서울 42%, 경기 37% 이고, 인천은 21% 밖에 안 된다.  서구 매립지는 2015년에 끝낼 수 있었다. 그 때 끝냈어야 했다.

인천은 또 수도권에 묶여 각종 규제를 받는다. 지역혁신성장사업, 지역전략사업, 규제자유특구 지정 시 수도권은 제외된다. 조세법령, 중소기업진흥법령, 주택법령 등 수도권 규제 대상이다.

정부 부처와 당 대표 등을 만나면 수도권 규제로 인천 역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각종 규제로 인천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역 발전지수는 서울이 1위, 경기가 2위인 반면 인천은 9위다. 지역 내 총생산도 서울이 433조 원, 경기가 478조 원인데 인천은 90조 원 밖에 안 된다. 상황이 이래도 인천은 수도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전자가 수원에 만들어지고, SK가 이천에 자리를 잡고, 테크노밸리가 판교에 들어서는 동안 인천은 소외됐다. 시와 시민의 자치권 제약도 많다. 공항은 국토교통부, 항만은 해양수산부, 산업단지와 발전소는 산업자원부가 관리한다.

“인천형 뉴딜은 디지털·그린·바이오 뉴딜”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에 12년 간 놀고 있던 투머로우시티를 활용해 스타트업 파크를 개소했다. 주민갈등으로 중단됐던 창업마을 드림촌 사업도 재개했다. 청라국제도시엔 로봇랜드를 조성해 로봇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계획했다.

인쳔형 뉴딜은 디지털 뉴딜이다. 송도에 스타트업 파크를 개소해 바이오융합 관련 77개 기업이 입주했고, 211개 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부침을 겪은 창업마을드림촌이 인하대학교 옆에 생긴다. 많은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메카가 될 것이다.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드론시험·인증센터를 설치해 도심항공 실증도시로 역할하게 할 것이다.

인천 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인 남동산단이 있다. 하지만 너무 노후했다. 노후산단 대개조 프로젝트로 ‘낮에는 비지니스공간, 밤에는 산업문화공간으로’ 바꿀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의 마지막은 국내 최고 스마트시티 위상 복원이다. 지난해 스마트시티 보고대회도 인천에서 열었다. 스마트시티 모범사례로 꼽힌 수요응답형(I-MOD) 버스와 지능형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 

시는 그린뉴딜 추진으로 탄소연료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지난해 인천은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올해 안에 ‘2050년 인천시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겠다. 나아가 용유·무의·덕적에 해상풍력 발전을 추진하겠다.

탄소흡수원과 시민휴식공간을 확대하겠다. 도시 내 공원과 녹지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친환경 도시 숲 21개소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43개소를 추가 조성한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추진하겠다.

인천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도시다. 송도국제도시에서 56만 리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2위인 샌프란시스코(44만 리터)보다 12만 리터가 많다.

또한 인천이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를 유치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연계 바이오산업 현장방문’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환경특별시 인천, 자원순환 재전환 추진”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선언과 함께 자체매립지(인천에코랜드) 조성에 나섰다. 최근 시는 옹진군 영흥면을 인천에코랜드를 예정지로 발표했다.

서울 난지도는 15년 밖에 사용을 안했는데 왜 인천은 30년을 사용해야하나. 2016년 4자 합의(환경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는 잘못됐다. 환경부가 대체매립지를 공고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부의 대체매립지 공모에 인천은 참가할 생각이 없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매립지를 만든다고 하는데 어느 지역이 동의하겠나. 인천은 폐기물 직매립없이 친환경 방식으로 소각한 뒤 소각재를 재활용하고 남은 최소량만 매립할 친환경 자체 매립지를 조성할 것이다.

부평에 가족공원을 만든 시장을 존경한다. 그 화장장이 시민을 행복하게 한다. 청라 소각장을 20여 년 운영했지만 문제없었다. 혐오시설로 낙인찍어 반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인천시의 노력으로 환경부도 2026년 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소각 중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대한 우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주민들과 만나서 소통하겠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모든 대안을 보여주겠다. 시민이 도와주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 시민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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