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열 인천산곡남중학교 운영위원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아이 교육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최근 들어 다소 관심을 가지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아버지들에겐 “아이 교육은 집안에서 엄마가 하는 거야” 라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도대체 집에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했기에, 애가 저 모양이야?”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기도 한다. 어이없는 말도 한 때 유행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엄마들에게 유행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할아버지의 재정능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아빠는 돈벌어오는 기계이고 현금인출기 정도인가? 그리고 아이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가 책임져야하는 것인가? 또한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계셔도 재정능력이 별로 없다면 그 집안의 아이는 성적도 미래도 별볼일 없다는 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은 이른바 ‘치맛바람’을 유발하고, 아이의 사회적 수준을 경제력으로 서열화하려는 몰지각한 분위기를 조장하게 된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 사회의 지도층이 된다면 그 사회는 얼마나 한심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빠가 집안일과 학교에 관심을 갖는 건...부부로서, 부모로서 당연한 일

아이의 교육과 미래와 관련해 부모 모두에게 의무와 책임이 있다. 물론 그 역할은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이제는 집안일을 함께하는 아빠가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필자도 학교운영위원을 8년 째 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아이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내 아이가 어떤 교육환경에서 어떤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는지, 또 어떤 친구들과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내가 직장 일로 시간을 많이 낼 수없는 처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빠가 학교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어서 시작한 학교운영위원 역할이 중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함께 지속돼왔다.

처음에는 엄마들뿐인 학교운영위원이 쑥스럽기도 하고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의 행정이 아이들의 눈높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과 교장선생님의 생각 위주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머릿속에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학교의 재정운영, 학사일정, 체험활동, 체육대회, 축제 등 많은 의제를 놓고 학교 당국과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을 어머니 위원들은 당황하면서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어머니 위원들은 학교의 행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인정해주는 정도로 활동을 해온 터라, 어찌 보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듯 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어머니 위원들이 학교에 지적하지 못하는 것을 아버지 위원이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에 조금씩 동조하기 시작했고, 우리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학교의 행정, 학사일정, 행사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버지 위원이 있어서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학교와 맞서서 잘못된 일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데 어머니들의 생각과 아버지의 논리와 적극적인 개선 노력의 결합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부정할 수없는 사실이라는 점은 공유할 수 있었다.

필자의 학교 참여는 학교의 변화만이 아니라 집안에서도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공부도 하고 견학도 하면서 아이와 함께한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 아버지의 독선, 아집, 권위 따위는 버리게 됐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른바 ‘내 편’이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 생각과 행동을 말처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노력하고 연습하는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다.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모범이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실천으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노력은 아이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되는 것이고, 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현명한 아버지라는 점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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