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올해 3월 8일은 113번째 세계 여성의날이다. 열악한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코로나19 이후 더 열악해졌다.

세계 여성의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던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대한민국은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여성의날’을 공식 지정했다.

이후 3월 8일마다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나누며 여성의날을 기념한다.

인류는 위기 상황에서 여성을 동원해 극복했다. 코로나19로 중요성이 부각된 돌봄 직종 또한 대부분 여성이 종사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노동강도는 세지고, 노동조건은 악화됐다. 고용불안정 문제도 여전하다.

2021년 3·8여성의날을 맞아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보건의료·돌봄 노동자를 비롯한 세계 여성들의 평등한 노동과 안전,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아래는 지난 4일 김금전 인천 서구 청일초등학교 돌봄전담사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남자 돌봄전담사를 본 적이 없다”

김금전 서구 청일초등학교 돌봄전담사는 올해로 8년 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김 전담사는 한때 국어교사를 꿈꿨다.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교직이수를 했지만,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임용고시를 접었다.

김 전담사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갔다가 인천에 정착했다. 국문과를 나와 교원자격증이 있어서 임용고시를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일을 시작했다. 그 때 나이가 52살이었다.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초등돌봄전담사 공고를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돌봄전담사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 한부모,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용기준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공무원 임용에 결격이 없는 자로서 유‧초‧중등 교사자격증이나 보육교사자격증 2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이다. 돌봄전담사는 교육감소속근로자 보수지급기준에 의한 급여를 받는다. 김 전담사의 작년 월급은 일 6시간 근무 30분 휴게로 약 136만 원이었다.

김 전담사는 “돌봄전담사는 말그대로 방과 후 아이들의 돌봄을 전담으로 맡은 교사다. 방과 후 아이들과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주로 아이를 다 키우고 경력이 단절 된 여성들이 이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40대 후반이 가장 많고 50대 후반까지 있다”라고 했다.

돌봄전담사 성비가 어떻냐는 물음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남성 돌봄전담사를 본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돌봄의 공공성 확대 강조하지만...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은 모른척”

김 전담사는 “정부가 돌봄의 공적 영역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공공의 중요성이 더 부각했다. 하지만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되고 있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돌봄전담사는 당초 학교가 자체적으로 공고하고 모집했지만, 공적 돌봄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교육감 소속 근로자로 교육청이 관리한다.

교육감 소속 근로자는 1유형, 2유형으로 나뉜다. 2유형은 1유형 보다 급여가 20만 원 가량 낮다. 광역단체교육청마다 다르지만 인천시교육청은 돌봄전담사를 2유형으로 보고 있다.

김 전담사는 “교육과 보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 둘을 분리해서 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돌봄은 그저 아이들을 돌보기만 하면 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봄전담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돌봄을 스스로 기획해야한다. 때문에 돌봄 체계와 전문성을 강화해야한다”며 “그래서 노동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돌봄서비스의 질적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전담사가 돌봄전담사 공고를 봤을 때 55세 이상이면 가산점을 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처음엔 일자리 창출, 장년의 일자리 확대라고 생각했다”며 “중년 여성들이 이 일을 많이 하니 노동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더 높은 노동강도 요구받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개학이 미뤄졌지만 돌봄교실은 운영된다. 돌봄 전담사는 평소보다 더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받고 있다.

김 전담사는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들어오면 열 체크, 건강상태자가진단 작성 등 돌봄전담사가 해야하는 업무가 늘었다”며 “하지만 전담사 수는 부족하고 전담하는 아이들이 많아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돌봄전담사 한 명당 맡아야 하는 학생수를 25명 내외로 지정했다. 2018년 20명 내외였던 인원을 25명 내외로 늘렸다.

김 전담사는 “전담 학생 수를 늘린 것에 대해 교육공무직노동조합이 항의도 해봤지만 교육청의 답변은 꼭 25명을 다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봄 학생 수를 맡는 교실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교실 3개를 쓰고 있는데 이중 수업을 겸용하는 교실이 2개, 전용교실이 1개이다. 전용교실이 아닌 돌봄전담사들은 돌봄수업 준비를 집에서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에 공적 영역의 중요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그에 따른 지원이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상태이다”라고 부연했다.

“내년에는 여성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싶다”

대한민국에선 '여성의날'이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는 말에 김 전담사는 “여성의날 지정이 그렇게 얼마 안된지 몰랐다. 사실 여성의 날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여성 노동자로서 살아보니 사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돌봄전담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는 가사 노동을 한다. 20~30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50대는 아직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의 날을 지정한 배경에는 여성 인권 증진에 대한 요구와 중요성이 높아진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내년 여성의 날에는 여성 노동자의 권리가 더 증진된 것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담사는 마지막으로 돌봄전담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까를 매일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질 높은 보육을 받기 위해서라도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