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인천시는 청년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으며, 청년 문제 해결의 의지는 어떨까? 이는 인천시 청년정책의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 인천시 청년예산은 396억 원이다. 이중 인구정책에 해당되는 출산과 육아정책 예산 204억 원을 제외하면 전체 청년을 위한 사업 예산은 192억 원이다.

192억 원 중 취·창업 관련 예산은 127억 원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시는 첫째로 출산과 육아, 다음으로 취·창업 정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청년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9년에 시행한 청년실태조사에서 ‘청년정책 전반적 만족도’를 물었을 때, 인천의 청년들은 전반적인 청년정책에 ‘불만족’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만족도를 100점으로 환산했을 경우 44.1점에 불과하다.

더욱 눈여겨 볼 점은 청년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족도가 낮은 영역을 물었을 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생활안정, 근무여건이라고 답했다. 인천시는 출산과 육아 정책, 취·창업 정책에 청년 정책 예산의 대부분을 사용하지만 실제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일상의 ‘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진행한 첫 외부행사는 인천국제공항 방문이다. 그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 방문을 기점으로 인천공항의 신규채용 경쟁률은 5배가 넘게 올랐다.

위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괜찮은 일자리가 있다면 청년들은 영종도라는 섬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에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인천에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게 하는 일자리는 존재할까? 인천 소재의 많은 공단과 산업단지는 청년들에게 미래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인천시에 많은 공업단지가 있고 최근 송도에 지식산업단지가 생겼지만,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없다. 결국 인천시의 청년 정책을 보면 청년들은 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일자리가 없으면 창업을 장려한다. 일자리의 안정성이나 질에 대한 정책은 없다.

인천에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과 같은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거나 출현시킬테니 기다려보라는 식이다. 유니콘 기업의 출현은 쉽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데, 도박에 가까운 가능성에 목표를 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행정이 청년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인천시 청년정책의 비전은 ‘행복한 청년, 변화하는 인천’이다. ‘행복한 청년’은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내 옆에 있는 동료 청년들과 내가 발 딛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 청년의 삶을 이해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대화의 장을 여는 일에,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변화하는 인천’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물론 인천시는 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청년기본조례를 만들고,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고 청년정책위원회와 청년네트워크 등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정책과에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주무관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마저도 잦은 부서이동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담당주무관이 바뀌어서 지속적인 소통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청년이 겪는 지금의 문제는 앞으로 모든 이들의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청년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으니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정의 필요에 따라 무대로 불러내는 청년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는 청년이 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청년은 스스로의 필요와 가난을 증명하는 시혜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시민으로서 존재함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