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심혜진 시민기자│열흘 전, 동네 정형외과 치료실. 침대처럼 생긴 기다란 치료대 위에 엎드려 대기 중이었다.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었다.

“두 군데에 주사를 놓을 거예요. 몸에 힘 빼세요.” 소독약을 묻힌 차가운 솜이 등을 쓱쓱 훑고 지나갔다. 의사의 손이 허리 쪽 뼈를 짚었다. 따끔. 척추 안으로 주삿바늘이 들어오는가 싶더니 전기에 감전된 듯, 찌르르한 무언가가 허리부터 허벅지, 종아리를 타고 발끝까지 번졌다. 힘을 빼기는커녕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관절 염증 치료를 위한 신경 주사 두 번, 엑스선 촬영을 위한 조영제 주사 한 번에 내 오른쪽 다리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 땅바닥을 디딜 수가 없어 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휴게실까지 왔다. 침대에 누우니 그제야 한숨이 나오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의사의 이야기를 곱씹어 봤다. 내가 아픈 건 좌식 생활 습관, 너무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라 했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글을 쓰지 못하면 밥 굶는 터라 허리를 생명처럼 여겨왔다. 글 쓸 때마다 알람을 켜놓고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운동을 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지켜온 원칙이었다.

“네, 허리 관리는 잘하셨네요. 문제는 척추가 아니라 고관절이에요.” 오래 앉은 탓에 엉덩이 근육이 사라지면서 척추에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신경이 눌렸고, 고관절에 (어쩌면 무릎에도) 염증이 생긴 거라 했다. 내 몸을 지탱하는 것이 단지 허리만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새삼 깨달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우선 푹 쉰 후) 책꽂이에서 ‘매력적인 뼈 여행’(하노 슈테켈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을 빼 들었다.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는 걸 보면 읽은 것이 분명한데 어째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우리 몸엔 뼈가 대략 200개, 관절이 100개, 그중 절반이 손과 발에 몰려 있다. 뼈는 근육, 인대, 힘줄과 긴밀히 연관돼있어 하나라도 제 기능을 못하면 움직임에 문제가 생긴다. 책 속에서 정말 ‘뼈 때리는’ 문장을 만났다.

“인체는 25세에서 30세 사이에 최고점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서른이 넘으면 몸이 일반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이때 뼈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략) 이 시기에 우리의 뼈는 최고 상태와 밀도에 도달하고, 그 이상은 안 된다. 우리는 그 뼈를 가지고 남은 생애를 살아야 한다.” (144쪽)

오른쪽 다리가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그땐 잠시 누워 쉬거나 가볍게 걸으면 이내 괜찮아졌다. 약간의 통증이 몸의 일부처럼 익숙해지는 사이 뼈와 근육은 방치됐다. 올해 마흔다섯 살이 된 내 뼈들은 벌써 15년이 넘게 내리막길을 구르고 있는데 나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오로지 척추의 ‘에스자 곡선’에만 신경을 쓰고 살았다.

더군다나 작년 여름엔 심폐력과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책에 의하면, 무릎과 발목, 고관절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달리기를 해선 안 된다고 한다. 어쩌면 달리기가 이번 염증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나는 운동보다는 고질병이었던 고관절에 먼저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제라도 아픈 뼈를 어르고 달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고관절 운동’을 검색했다. 아주 많은 영상이 떴다. 그중 15분 동안 다양한 동작으로 고관절과 근육, 신경을 풀어주는 영상을 일주일째 따라 하는 중이다. 처음엔 무척 힘들던 동작이 조금씩 수월해지고 있다. 서서히 키운 병인 만큼 통증도 천천히 좋아지리라 믿는다.

뼈 건강을 위해선 스트레칭과 같은 유연성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 세 가지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한다. 며칠 전부턴 근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요가를 시작했다. 유튜브엔 정말 좋은 영상이 많았다. 30분가량 몸을 움직이느라 애쓰다보면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다. 고관절 통증이 사라지면 다시 달릴 작정이다.

“당신의 몸을 세심하게 보살핀다면, 어쩌면 67세도 심지어 40세처럼 살 수 있으리라. 부디 몸조심하시길!” 저자의 당부를 기억하며, 내 몸을 열심히 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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