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임광식 선생의 ‘다산 정약용의 격물치지(格物治知) 학습법’①

흔히 독서를 많이 하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확실히 독서가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책이 교과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공부에 도움을 줄까? 예컨대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수학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결론적으로 대답은 ‘그렇다’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사물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사물에 대한 ‘마음의 모델(mental model)’을 먼저 구축한다. 이전에 학습하고 훈련했던 경험을 통해 사물이 어떻게 경험돼야하는지에 관한 마음의 모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마음의 모델이 ‘스키마(schema)’라는 인지구조에 의해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스키마(schema)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지식(=선행 지식) 또는 지식의 다발들을 말하며, 스키마는 지각자로 하여금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일종의 행위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들은 스키마에 새겨진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볼뿐이다.

‘야구 스키마’에 대한 연구

대학생 두 집단이 실험에 참여했다. 한 집단은 야구에 대한 지식이 많았고, 다른 한 집단은 야구에 대한 지식이 적었다. 각 집단에게 가상적인 야구경기 녹음테이프를 들려준 다음, 가능한 한 많이 그 내용을 회상해서 적어보도록 했다. 야구에 관한 지식이 많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훨씬 더 많이 경기의 사태를 회상했다. 또한, 해당 경기의 중요한 측면에서 일어난 변화를 일으킨 행위들 즉, 점수, 타자와 주자의 행동, 아웃카운트, 타율 등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기억했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각 집단의 학생들이 학습 상황과 관련해서 가지고 있는 스키마의 성격 때문이다. 야구에 관한 지식이 많은 학생들은 정교한 야구 스키마를 갖고 있던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갖고 있던 야구 스키마는 정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학습이 우리가 이전에 학습한 지식이 조직화돼있는 스키마에 의해 강력하게 영향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학교 성적이 나쁘면 노력이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지능이 나빠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키마이론에 의하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스키마이론에 따르면 개개인들에게 형성돼있는 스키마들이 다르기 때문에 학습 효과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스키마를 미리 구축하고 있어야하는데, 정교한 스키마란 단지 많은 지식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양적으로 많은 지식보다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이 더 강력한 스키마를 만든다. 따라서 평소 공부할 때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력한 스키마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제자와 자손들에게 ‘격물(格物)공부법’을 가르쳤다. 격물공부법은 지식의 본질에 입각한 공부법으로 현대 학문을 공부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이 공부법은 양자전기역학(QED: Quantum Electrodynamics)의 이론체계를 완성해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의 학습법인 이른바 ‘파인만 학습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매우 과학적이며 현대 학문을 공부하기에 아주 유용하다.

다음 회에서는 지식의 본질과 격물공부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임광식 선생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두뇌발달연구소 부소장 겸 메타인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시학원 논술 강사, 경기도 광수중학교 자기주도학습반 지도교사로도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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