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어민단체 “상생협의회 취지 공감하지만 더 논의해야”
사업자 측 “지역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사업 추진”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ㅣ정부 그린뉴딜 정책에 맞춰 해상풍력발전이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부각했지만 주민수용성이 중요하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약 1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를 확충키로 했다. 이중 약 8.4기가 규모가 전남에 들어설 예정이고, 나머지 3.6기가 규모가 인천 앞 바다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남동발전이 신안군 자은도에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한국남동발전이 신안군 자은도에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전남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인천은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와 인천시, 남동발전, 민간업체 등이 덕적군도 해역에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풍력발전 건설을 위한 풍황자료 계측기 허가ㆍ설치 업체만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계측기 설치 업체 중 주민과 어촌계의 의견수렴을 수렴한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케이에스파워홀딩스와 제이씨에너지가 계측기 설치 전에 어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공유수면점사용 허가를 받았고, 올해 상반기 설치를 앞두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이 계측기 설치 허가 조건은 아니지만, 케이에스파워홀딩스 제이씨에너지는 해상풍력발전 기초조사 단계부터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측기 설치 전에 섬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두 업체는 계측기 설치 전 다시 한 번 주민과 인천해상풍력발전시민대책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단체와 어촌계 등 주민 동의와 협의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가칭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27일 오전 송도 쉐라톤호텔에서 주민단체와 어민단체 대표자 등을 초대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동의를 구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주민수용성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아 업체와 주민단체, 어촌계는 다시 모이기로 했다.

케이에스파워홀딩스와 제이씨에너지가 제안한 ‘덕적ㆍ자월권역 해상풍력 민ㆍ산ㆍ관ㆍ학 상생협의회’는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는 협의체다. 기초조사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개발행위 허가와 실시계획검토, 환경영향평가 검토, 신재생에너지 구매사 결정, 지역협력방안, 주민수용성 확보방안 등 모든 것을 협의해 결정하는 기구다.

발전사업 등 에너지사업의 최대 난관이자 핵심 사항은 주민수용성이다. 최근 인천 동구에서 진행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만 보더라도 큰 홍역을 치렀다.

때문에 두 업체는 그동안 ‘탑다운(정부 또는 기업이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주민동의를 구하는 방식)’ 방식으로 추진한 에너지사업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적합하지 않고, 갈등을 확산한다고 여기고 상생협의회를 제안하고 이 협의체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케이에스파워홀딩스와 제이씨에너지는 덕적면과 자월면의 어민단체 대표와 주민단체대표, 인천시민대책위, 인천시와 옹진군 관계부서, 학계 전문가 등이 상생협의회에 참여하는 방안을 이날 제시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진통 겪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자월면 주민단체와 어촌계가 상생협의회 설립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역에서 주민들과 더 협의가 필요하다며 급하게 추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자월면 주민단체와 어촌계 일부 참석자는 해상풍력발전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주민들을 만나지 못한 것도 있는 만큼 시간과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자월면어촌계 한 관계자는 “업체가 주민들을 만나 사전에 설명을 했다고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했으며, 자월면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주민들을 만나기 어려웠고, 같이 논의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주민 대표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간과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케이에스파워홀딩스와 제이씨에너지는 다음 주 중 덕적도와 자월도를 다시 한 번 방문해 주민들에게 상생협의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덕적군도 해역에 계측기를 설치한 10여개 업체 중 케이에스파워홀딩스와 제이씨에너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특정해역에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계측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특정해역은 약 900척이 조업하는 어장이라 풍황자료가 나오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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