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다시 봄이다.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이기도 하고 봄꽃들을 마주하기에는 이르지만 두꺼운 외투가 투박하고 어색하다. 머지않아 연초록의 생명들이 경이롭게 솟아오를 걸 생각하면 괜스레 설렌다.

하지만 꼬박 한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위협적인 코로나19 탓에 봄이 주는 생동감조차 맘껏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가 언제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모든 영역에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형국이지만, 지난해를 통째로 건너뛰다시피 한 문화예술계의 시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되면서 잠시 가졌던 기대감도 수그러들지 않는 확진자 숫자를 보면서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계가 위로와 희망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문화예술의 기대감 속에 인천 부평구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낭보를 받았다. 지난 5년 동안 문화특화도시와 예비도시를 거쳐 지역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향후 5년 동안 문화도시사업을 펼친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문화도시는 2018년 도시 7개가 지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에 부평을 비롯한 춘천·강릉·완주·김해 등 5개 도시가 선정됐다. 아울러 인천 서구와 연수구는 예비도시로 선정돼 올해 추진하는 예비사업을 기반으로 문화도시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미군이 부평에 주둔하면서 형성된 에스컴시티를 배경으로 한국대중음악의 거점이었던 부평구는 앞으로 국비를 포함해 5년간 최대 190억원을 문화도시 사업에 투자해 부평을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만들게 된다.

1차 년도인 올해에는 ‘문화도시 부평’의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5년 동안의 지정사업 이후 부평의 미래를 어떤 문화도시로 설계하고, 어떻게 지속해나갈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업을 주도할 조직과 부평구 안에서 추진할 실행사업 등도 정비해야 한다.

마침 인천시도 음악으로 소통하며 향유하는 ‘음악도시, 인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5년간 3544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대중음악자료원’과 ‘음악창작소’ 등을 올해 반환이 마무리되는 캠프마켓에 유치하는 등 39개 사업으로 음악도시의 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법정 문화도시 부평과 인천시가 계획하는 음악도시는 사업 내용면에서 연관성이 매우 높다. 인천시와 부평이 추진하는 문화사업의 연계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국내 지자체마다 문화를 앞세우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화의 영역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부분이 많은 탓에 실제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문화도시의 핵심주체는 시민이다. 실행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품격을 갖춘 문화도시라는 자부심을 모든 시민들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특별한 예산이 투입되는 특정시기의 사업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문화도시 부평, 문화도시 인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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