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ㅣ2020년 12월 28일, 법무부는 난민법에 대한 개정안을 공고했다. 그런데 개정법률안과 이유서를 보면서, 난민들의 2021년은 여전히 어둡겠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법무부가 명시한 개정법률안의 제안 이유의 제일 처음은 ‘남용적 재신청과 명백히 이유없는 신청’을 제한하기 위한다는 것이었다. ‘남용적난민신청자’란 법무부가 지속적으로 밀고 있는 개념이다. ‘난민’도 아닌 사람들이 다른 목적을 위해 난민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개정안에서 ‘난민인정심사 부적격 결정’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체류 연장이 목적인 자, 사인간의 분쟁인 자, 경제적 이유인 자’들을 난민인정심사 절차에서 제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난민인정심사 부적격’ 결정을 받은 자와 부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자를 난민법에서 정의하는 ‘난민신청자’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러한 조치가 합당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남용’이라는 프레임은 강력하다. 반면 이 조치가 부당하다는 ‘설명’은 장황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민스럽다.

2018년, 난민 신청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다. 그들은 1차 난민심사에서 떨어져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약 없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사 인터뷰를 하면서 편견이 담긴 심사관들의 질문과 태도 등을 거치면서 난민심사 시스템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이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 증명됐다. 법무부가 난민심사를 위한 신청자 면접을 기록한 ‘난민면접조서’에서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는 거짓이다’ 등 하지 않은 말에 대한 기록들이 발견되며 조서가 조작됐음이 드러난 것이다.

2020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조작사건이 공무원 개인 일탈이 아닌, 법무부 내부 조직적 문제였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법무부는 심사처리 목표액을 설정하고, 심사처리 실적보고를 하게 하는 등 처리 건수에 중점을 두고 담당자들을 압박했음이 드러났다.

더 충격은 법무부 내부에서 2014년부터 난민심사 접수 단계에서 난민 신청자들의 유형을 구분해 ‘남용적 신청이 명박한 자’라고 판단되는 신청은 ‘신속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면접을 간소화하거나 신청 시의 기초 면접으로 갈음’한 것이다. ‘신속심사’ 적용 대상 비율을 지정해 비율에 맞게 케이스들을 조정했음도 밝혀졌다. 처음에는 30%, 2015년부터는 심사적체 심화와 피로도를 이유로 40%로 상향해 운영했다.

결국 모든 난민신청자들은 똑같은 조건과 기준에서 충분히 심사받지 못한 것이다. ‘신속 심사’ 비율에 기반해 제대로 된 심사 없이 ‘탈락’된 것이다. 이 문제들이 2018년에 와서야 난민인권단체들의 ‘발견’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하기위한 고민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된 ‘남용’이라는 프레임을 다시 내세우며,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시행해 문제된 조치들을 ‘난민법’에 명시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신속심사’ 대신 ‘난민 심사 부적격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난민심사절차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아닌, 혐오를 양산하는 ‘남용’의 프레임을 다시 내세운 것은 법무부의 난민에 대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차별과 배제의 강력한 근거가 되는 ‘남용’은 난민법의 부작용이 아니다. 공정성‧투명성‧전문성이 부재한 난민법, 무엇보다 난민법을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지고 부풀려지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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