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ㅣ2021년 1월 13일 서울남부지법 앞에 손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정인이를 살려내라’ ‘살인죄로 처벌하라’

양모의 학대로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에 국민의 공분이 들끓으면서 양모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범죄는 왜 계속 발생하는가, 아이기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만 조금씩 변하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보완대책(2018.3)’ ‘포용국가 아동정책(2019.5)’, 천안과 창녕의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대책(2020.7)’, 인천 미추홀구 아동 사건 후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대책 추진상황 점검 및 향후계획(2020.10)’ 등을 발표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2021.1)’을 내놨다.

이번 방안에는 초기 대응의 전문성과 이행력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 확대, 현장조사 출입범위 확대, 대응인력 확충(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와 전담수사 인력 확보)과 근무여건 개선, 즉각 분리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연 2회 이상 신고아동 중 학대 의심아동 즉각 분리),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인식 개선,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 강화와 지원 활성화 등 5개 영역의 개선 대책이 담겼다.

특히, 초동 대응 과정에서 현장 인력들의 전문성 확보와 협업, 즉각 분리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보호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이렇게 매번 방안을 발표하면서도 실제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책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에 언급된 즉각 분리제도 시행을 위해선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쉼터, 일시보호시설 등이 적정 규모로 설치·운영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76곳만 설치·운영되고 있다. 그나마도 포화상태라 학대 피해 아동이 급증하더라도 분리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피해 아동을 즉각 분리하겠다는 의지는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을 즉각 확보할 때만이 실현 가하다. 예산 확보의 구체적 대안 없는 대응체계 강화방안이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지 묻고 싶다.

또한,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와 대응인력의 전문성 강화방안을 보면 조사와 사례관리 역할 구분, 조사 담당 전담공무원 배치, 전문성 강화와 근무여건 개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담공무원 업무 안정화를 위한 적극 지원 등을 명시했지만 어디에도 사례관리 담당 인력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동학대 사건은 조사도 중요하지만, 가족 기능 회복을 통한 재학대 방지를 위해서도 사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례관리 거부 시 강제 개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평균 상담원 1인당 64건의 사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현장을 떠나는 사례관리 담당자에게 사명감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현장 중심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현장 실무인력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며 긴 호흡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해결할 수 있다.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놓친 우리가 또 다른 정인이를 만들지 않으려면 이제는 대응체계 강화방안이 아니라 예산과 인력 확보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또 다른 정인이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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