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호 전교조인천지부 정책실장

김웅호 전교조인천지부 정책실장.
김웅호 전교조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ㅣ2020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교 교육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등교 일수가 전체 수업일수의 1/3도 안 되는 학년이 많았다. 2학기 기말고사 시기였던 12월 7~16일 사이에는 국내 7000곳이 넘는 학교가 등교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대부분 학교가 이 시기에 전면 원격수업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도 모든 평가를 다 마쳤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할 내용은 다 써내고 있으니 대한민국 학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고,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어떻게든 성적 산출을 했고 생활기록부에 몇 자를 입력했지만, 교육과정 내용을 얼마나 잘 배워서 모두가 학년 진급을 하는 건지 의문이다.

학업 외에 친구도 사귀고 어울리며 함양해야 할 사회성을 기르는 기회를 놓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좀 더 안전한 등교를 보장받아 학교 교육 본령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2021년은 2020년처럼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도 예산을 증액하고 여러 정책을 수립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격차 확대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부터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계속된 비대면 수업으로 자기주도 학습 역량이 약화된 기초학력 저하 학생의 학습격차 문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한다.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1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학습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83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통해 기초학력 실태조사, 시·도교육청 대상 컨설팅, 진단도구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실태조사나 진단도구 개발이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기초학력진단 도구와 보정시스템은 이미 시·도교육청에 구비돼 있다. 또한 단위학교 정기고사나 수행평가로 아이들의 학력은 대부분 진단할 수 있다. 사실 교사의 관찰결과 만으로도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강득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교육부장관 직속 ‘기초학력 보장위원회’ 심의와 시·도 교육감 협의를 거쳐 5년마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학교장은 학생 대상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학습지원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학습부진 원인은 다양하다. 심리·정서적 측면일 수도 있고, 지능적인 요인일 수도 있다. 환경적 원인이 강하게 작용할 때도 있고, 학습전략이나 동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대체로 교사가 일정 기간 관찰하면 파악 되는 경우가 많다.

표준화된 진단도구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기초학력보장법안 시행은 전수조사를 해서 기준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학습부진아로 선별하고, 보충학습으로 점수를 보정하는 과거 일제고사 방식을 되풀이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현재 학교 문제는 학급당 학생 수를 현격하게 감축하면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결국 공교육은 인격적 상호작용에 의한 전인격적 발달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은가. 몇 과목 시험을 보고 학습지원대상 학생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현재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조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현장의 교사들을 믿고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한 것이지, 전수조사식 진단고사 시행은 그 취지가 무엇이든 점수에 집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폐단을 우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법 제정이 아니라, 소통을 강화할 때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