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

인천투데이ㅣ정부는 지난해 12월 15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더 촘촘하게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향후 5년간 인구 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저출생),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주요 핵심정책으로 2022년 출생아부터 매월 영아수당을 신설해 매월 30만 원 지급과 2025년까지 50만원으로 인상, ‘첫 만남 꾸러미’로 진료비 지원 인상과 바우처 지급 등 총 300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주목을 끌었다.

또한, 육아휴직 이용자 확대를 위해 부모 모두 3개월 육아휴직 시 각 최대 월 300만 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도 지원을 확대해 육아휴직 지원금을 3개월간 월 200만 원 기업에 지원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을 걱정하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출생과 고령사회에 대한 핵심정책 1순위가 영아수당 신설지급이라는 점은 현 정부 역시 과거의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철학과 방향에 서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설된 ’영아수당‘은 어린이집 이용 시 보육료나 양육비용으로 수당 사용에 대한 선택의 폭을 마련하고 양육수당 지원액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나, 기존 어린이집 이용 시 지원되는 보육료 지원액보다는 낮은 금액이기에 결국 여성들을 가정에 묶어두거나 육아에 관한 성별분업을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생의 주체인 여성의 입장에서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 씨의 정자 공여로 비혼 출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서 비혼 출생이 불가능한 배경과 법적 조건에 대해 많은 분석과 대안이 나왔다.

비혼모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결혼제도를 통한 ’정상가족‘안에서의 출생만을 인정,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출생, 가족형태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수반돼야한다는 점이다.

또한, 여성이 출생으로 인해 육아와 돌봄의 책임이 과도하게 설정되는 사회분위기와 전통적 문화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부부간의 책임만도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종 사회적 육아제도와 돌봄체계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외주화, 시장화에만 머무른다면 2차, 3차의 문제는 계속 추가 발생될 것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재해석과 가치부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한편, 여성의 출생과 육아가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활동을 가로막는 제약이 되선 안 된다. 출생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근절하지 않은 채, 경력단절 여성의 재교육, 고용 장려금 확대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출생 여성은 계속 더 낮은 일자리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 세부 과제로 제출된 ’성평등 경영 공표제‘가 도입돼 성별 고용정보를 ’채용-임직원-임금‘으로 체계화하고 비교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출생과 각종 차별로 인한 여성의 유리천장 현실이 가시화됨으로서 성차별 예방과 성평등 노동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기본 전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향들이 여성이 임신과 출생의 문제를 본인의 의지로 선택·조절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고 여성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에 관한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문제의 근본책임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에게 부여하는 듯한 ‘저출산’의 용어가 아닌 ‘저출생’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정부정책에 표현된 문장은 ‘저출산’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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