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인천투데이ㅣ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각 기초·광역 자치단체는 저마다 역사를 발굴하고 선양하기 위해 앞 다퉈 행사를 했다.

울산대학교 허영란 선생의 2017년 ‘지방사를 넘어, 지역사로의 전환’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행정구역 단위의 공식 역사를 편찬하고 그것을 매개로 지역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그 과정에서 몰랐던 사건이나 인물이 알려지기도 하고 근거 없는 역사를 가져다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모든 일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므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일단 지방과 지역이라는 개념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지방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이라는 말을 선호해 사용해왔다. ‘지방(地方)’이라는 개념은 ‘local’이며 중앙과 대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사라고 하면 국가사와 전체사에 종속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행정구역 경계는 아마도 지방을 뜻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자치제도가 아니라 지방자치제도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 ‘지역(地域)’이라는 개념은 ‘regional’이며 국경을 초월한 공통된 인간생활 공간을 뜻한다. 이것은 국가나 공동체가 교차할 수도 있으며 행정구역과 국경을 초월한다.

극동아시아를 하나의 지역으로 보고 같은 문화권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방(local) 〈 국가(national) 〈 지역(regional) 〈 세계(global)’ 이런 범주가 될 것이다. 이러한 뜻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서울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때문인지 지방사보다는 지역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됐나 보다.

인하대학교에 오래 재직한 이영호 선생은(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2010년 ‘지방사에서 지역사로’라는 논문에서 “인천광역시의 지역적 정체성을 강제로 구성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제와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지역적 정체성을 강제로 구성하는 것은 스스로를 중앙과 차별되고 소외되고 지배받는 지방으로 가두는 지방사적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지역의 정체성이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말이 안 된다. 그러한 정체성은 찾을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그 정체성이라는 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고정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인천광역시라는 현재의 행정구역에만 얽매인다면 생각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건이나 맥락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행정구역을 넘어선다면 더 큰 담론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늘 서울과 다른 역사를 꿈꾸지만 한반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함께 가져온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타 지역과 차별성, 우리 행정구역에만 특별한 역사를 찾으려고 모든 자치단체들이 혈안이다. 물론 필자도 늘 인천만의 특징적인 역사를 찾아내야 하는 강박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큰 틀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역마다 특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인접 행정구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무 자르듯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땅을 나눌 수 없듯이 우리의 역사도 전체 우리나라가 겪어온 역사 속에서 고찰해야 한다.

결국엔 국경이나 행정단위와 같은 실체적 공간을 넘어서 사건이나 주제에 따라 달리 바라볼 수 있는 견해를 지니며 역사를 서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회고와 전망으로 학술회의를 많이 한다. 이 가장 큰 목적은 지난날의 연구 성과나 과오를 돌아보고 앞으로는 그것을 바로 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함일 것이다. 필자도 오늘 ‘지역사 다시보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으나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의미의 회고와 전망을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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