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주원, 부평아트센터 공연 성황리에 마쳐

▲ 기타리스트 박주원.<사진제공ㆍ부평아트센터>
손가락 열 개가 관중 800여명을 움직였다. 지난 14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박주원의 화이트데이’ 콘서트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화려한 연주 실력에 감탄했다. ‘집시기타의 마술사’ ‘불꽃핑거링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2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은 내공을 이날 무대에서 유감없이 펼쳤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박주원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흔하게 볼 수 없는 기타 연주회. 과연 그들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관중석에는 기대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첫 곡으로 2집 음반에 실린 ‘마이 리틀 브라더(My little brother)’를 연주했다. 이어 들려준 ‘슬픔의 피에스타’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 속에 단조 음계로 이어지는 애잔한 멜로디를 담았다. 집시음악 색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가 “여러분이 박수를 쳐주시기 전까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것 같았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하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앞으로 연주자들이 즉흥연주를 하면 많은 박수 부탁한다”며 다음 곡을 시작했다.

관객들은 그의 말을 기다린 걸까? 이어진 연주에서 환성과 박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주원의 기타에 건반, 드럼, 콘트라베이스가 어우러져 연주한 ‘웬 유 위시 어판 어 스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순수함을 감미롭게 표현했다. 공연은 점점 더 다채로워져 다음으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무대에 올라 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을 연주했다. 고상지는 문화방송 무한도전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바 있는 우리나라에 한 명뿐인 반도네온 연주자다. 그들이 영화 ‘러브픽션’ 삽입곡과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를 연주하자 무대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이후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무대에 올랐다. 박주원과 말로가 실력 대결이라도 펼치듯 빠른 연주와 스캣을 주고받았다. 관중들도 흥미진진한 이들의 협연을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박주원은 휘몰아치듯 빠른 연주 속에서도 기타 줄을 누르는 왼손과 튕기는 오른손의 타이밍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연주가 빠르기만 했다면, 놀라움이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터.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심한 듯 연주하는 그의 음악 속에 감성을 자극하는 뭔가가 스며있음이 분명했다.

이후 ‘써니’를 부를 때는 드럼, 퍼커션, 건반 등 다른 세션도 ‘대결’에 합세해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어깨를 흔들며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어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과 함께 조지 마이클의 ‘케어리스 위스퍼’와, 김연아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영화 ‘007’의 주제곡을 연주했다. 박주원과 신현필은 연주 도중 ‘빈대떡 신사’ ‘걸어서 하늘까지’ 등 익숙한 곡 한 소절씩을 연주해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도 선물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집시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 연주됐다. 애절하면서도 슬픔에 빠져들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은 음악이 관중의 감성을 조율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박주원 집시밴드 모든 세션이 무대에 나와, 빠른 박자의 곡임에도 서로 연주가 어긋나지 않는 연주를 선보여 관객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퇴장하자 관객석에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앙코르’가 터져 나왔고, 이에 박주원은 조금도 지체 없이 다시 무대에 등장해 웃음과 반가움을 선사했다. 박주원은 “사람들이 집시음악이 뭐냐고 내게 묻는다. 하지만 나도 내가 좋아서 (연주)하고 있는 이 음악이 집시음악인지, 집시음악이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관객 여러분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앙코르 곡으로 칸초네 음악인 ‘볼라리’와 스티비 원더의 ‘아이 저스트 콜 투세이 아이 러브 유’를 연달아 연주했다.

한편, 이번 기획공연에 이어 부평아트센터는 4월 6일과 7일, 젊은 판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이크 ‘사천가’를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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