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ㅣ지난 2일〈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이 방송됐다.

사망 전 어린이집 교사와 병원 의사 등에 의해 아동 학대 정황이 의심돼 관할 경찰서에 여러 차례 신고가 접수됐으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피해자 폭행은 지속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이며 사망일 하루 전날 이미 내장 파열 등 사망 위험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방송 이후 후속 기사 내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단순 학대 문제만이 아닌 복잡한 사안이다.

이 사건을 아동 학대와 입양 가정 문제 중 어느 쪽으로 볼 것인지, 사건 재수사 가능성, 입양 기관의 양부모 적합성 판단 문제, 아동 학대 신고 이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조치 등 문제가 얽혀있다.

아동 학대 법안 마련도 양형이 학대 처벌이나 학대 사례 감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실제 판결과 실행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사건은 사회 전반이 폭력에 익숙해져 부지불식간에 무딘 감각을 학습하면서 사회구성원 개개인으로 성장한,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감각의 문제와 직결돼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폭력을 어떤 것이라 여기며 자라고 어른이 됐으며, 지금 아이들은 어떤 폭력적인 환경을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는 걸까.

정인이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둘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가족, 이웃, 제도 등 사회 구성 요소로서 사람과 제도가 각각의 위치에서 이 폭력 사태에 대응하거나 폭력 정황의 미심쩍음을 인식하는 정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고 실제로 대응하는 방식도 달랐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는 사회 전체가 개입됐다.

나아가 이는 ‘폭력 상황’에 대한 사유 체계와 관련 있어 보인다. 직접적 관계자인 양부모의 태도만 보아도 그렇다.

양모가 아이를 직접 폭행한 정황이 발견됐다 해도 공동 책임자로서 양부가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양부가 학대 사실을 알았어도 문제지만 몰랐어도 문제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가족공동체 책임자 중 한 명이 학대 사실을 몰랐다면 아동을 보살피고 돌볼 만한 능력이 부재하다는 의미이고, 그런 공동체에 아이가 속했다면 위험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 양육 자격이나 감각에 있어 어떤 합의를 이뤄왔던 건지, 가족 공동체를 꾸리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 건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폭력 행사의 여부만 중요한 게 아니라, 폭력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양육 환경 조건 전반에 대한 인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 폭력의 대응은 분명 법적 제도와 직접 연관이 있다.

그러나 제도와 맞물려 형성되는 폭력에 대한 감각이 바로 그 제도를 만드는 일에 다시 투영된다는 점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폭력을 좁고 무디게 사유해 온 결과, 이 사회는 어떤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는가.

아동 학대에 더해 유독 가정이라는 명목 하에 축소되는 가정 내 폭력, 그리고 폭력(방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서 각각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폭력을 무심하게 사유해온 감각 속에서 아이가 죽거나 겨우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당장 폭력에 대한 감각을 넓혀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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