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인천투데이ㅣ2021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은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버티며 왔다. 여느 때처럼 새해를 맞는 마음이 설레지만은 않다. 여전히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기사도 봤다.

내 주변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에 내려가거나 집에만 있어 너무 무기력해지는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다.

뭐하나 즐거운 일이 없는 와중에 가장 마음이 무거운 것은 더 이상 일하며 죽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국회 안에서 고(故)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님, 고(故)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 님이 20일이 넘게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10만 국민동의 청원으로 입법 발의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여당 대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양향자 의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들이다”라며 오히려 논의에 균열을 냈다. 그렇게 국회가 법 제정에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일터에서 사람이 또 죽었다.

12월 28일, 원안에서 대폭 후퇴하고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법안을 정부가 제출했고, 1월 6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배제’ 조항이 들어간 안이 잠정 합의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 적용 유예기간을 놓고 논의를 벌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3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데도 합의했다.

이 합의안은 경영책임자와 원청 등 실질적 책임이 있는 자에게 책임을 물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타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애초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안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처벌이지 차별이 아니다. 이제는 내가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은 것을 자책하라는 것인가.

5인 미만 재해사망 비율은 20%이다. 연간 2천 명 중 400명이 죽고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그동안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대로 되지 않아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배제함으로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되는 목숨’으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기사가 매일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일하다 죽어야만 하나.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음을 멈출 수 있을까.

대체 왜 국회도 정부도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막을 방안이 존재함에도 시행에 소극적이고,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경총을 포함한 경제단체 30곳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과잉입법’을 들먹이고 “이러다, 기업 다 죽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근본적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보호와 안전’이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결국 기업을 살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은 시행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안전하지 못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생각하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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