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사람] 웹툰 ‘낙장불입’ 만화가 도가도

▲ '도가도'는 그가 아내와 함께 쓰는 필명이다. 만화의 소재는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나온다.
부평5동에 사는 도가도(본명 손준혁ㆍ41)씨는 만화가이다. 인터넷신문 머니투데이에 무료 웹툰 ‘낙장불입’을 연재한지 만 2년이 넘었다. 그는 11년 전 아내 임정민(40)씨와 결혼하면서 부평에 왔다. 그 사이 두 딸과 고양이 ‘도도’가 생겼다.

‘낙장불입’은 그가 성에 대한 상상력을 맘껏 펼치는 공간이다. 일상적인 소재에 야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를 버무려 경쾌하게 표현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독자들의 허를 찌를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그는 별다른 걱정이 없는 듯하다.

“집이 작업실이라 아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요. 아내와 수다 떨다보면 소재도 찾고 이야기 구성이나 어떻게 연출할지도 다 나와요” 지금까지 연재한 만화 580여회는 아내와 나눈 수다의 일부 기록인 셈. 사실 ‘도가도’는 그와 아내가 함께 쓰는 필명이다. 만화는 그가 그리지만, 스토리 구성은 아내가 담당한다. 그래서 아내의 명함에도 ‘도가도’란 필명이 적혀 있다.

노자 도덕경의 첫 구절을 필명으로

‘도가도’는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에서 따온 것이다. 도는 말로써 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일컫는 도덕경의 중심 사상이다. 대학시절부터 맘에 두고 있던 이 글귀를 필명으로 사용한 건 ‘낙장불입’을 연재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08년 만화가 양영순, 이상신, 고리타 등과 함께 릴레이 웹툰 ‘식스센스’를 그릴 때만 해도 그는 손준혁이란 본명을 사용했다.

“본명으로 만화를 그렸는데, 연재가 자꾸 잘리고, 일이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낙장불입’ 연재를 시작하면서 필명으로 도가도를 썼는데, 2년 동안 안 잘리고 있으니 이름 덕인 것 같아요”

고3 때 그린 만평이 만화가로 이끌어

그의 만화 인생은 조금 독특하게 시작됐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며 심심함을 달랬다. “수업시간에 지루하면 책이나 공책 빈곳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를 했죠” 평범하게 직선주로를 달리던 그의 인생이 만화가의 길로 급회전을 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당시에 한겨레신문에 박재동 화백이 그린 만평이 실렸는데 인기가 많았어요. 군사정권 시절이라 민중미술이 유행하고 있었죠. 저도 나름대로 사회를 풍자한 만평을 그려서 부산여대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김응곤 서양화가가 우연히 그 전시회를 보시고 저한테 만화를 그려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부산외대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했지만 휴학을 하고 1년 간 원로화가 김응곤 화백에게 그림을 사사했다. 그때 이희재씨나 이현세, 허영만의 그림을 모사하면 김 화백이 봐주는 식이었다. 학교에 복학한 뒤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신의 아들’ 등 재벌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고(故) 박봉성씨를 만나 1년 간 세세한 기술을 배우며 일했다.

“저는 많은 작가님들 아래서 공부를 한 편이에요. 만화가 고권일 선생님 밑에서도 일했는데 그때부터 자작을 많이 했어요. 만화를 그려서 출판사에 보내기 시작했죠” 이때 그린 작품 ‘베드시드(Bed seed)’를 서울문화사에서 발간하던 만화잡지 ‘영점프’에 6회 연재했다. 그의 데뷔작이 탄생한 것.

이후 ‘엔젤오브데스’를 4권 발간하고, 학습만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만화가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만화는 서사와 연출을 한 사람이 다 해야 하잖아요. 인물마다 성격도 설득력 있게 설정해야하고요.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감동을 이야기에서 받는 것 같아요. 인간 심리의 본질에 가깝게 접근해 기술로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는 웹툰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만화를 그려 여기저기 자신의 작품을 알렸다. ‘식스센스’ ‘낙장불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새벽 5시 30분이면 일어나는 축구광
‘만화가 폭력 조장한다’는 건 어불성설

▲ 도가도씨가 웹툰 '낙장불입'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일과는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만화가들이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새벽에 일하고 늦게까지 자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아이들이 없을 때는 그랬죠. 그런데 몸이 힘들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죠” 그는 아침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 공을 차는 축구광이다.

“아이 친구들이 ‘너네 아빠는 만화가니 축구선수니?’라고 물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해요. 하루의 시작점이 있다는 게 가장 좋죠” 그는 오후 7시 쯤 만화 원고를 완성해 놓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범생’ 아빠이자 남편이다.

그는 요즘 만화를 바라보는 일부 시선에 우려를 표했다. “만화가 폭력을 조장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사실 만화에서는 신체나 폭력적인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자세하게 묘사를 못하게 돼있어요. 만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가장 낮아요. 훨씬 덜 자극적이죠”

정부에서 만화를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하려는 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의 피상적인 것으로 돌려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왔을 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모습도, 이유도 다 다르잖아요? 청소년에게 폭력적인 사회 구조는 바꾸지 않고 현상만 막으면 과연 폭력이 사라질까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에 대한 남다른 고민이 엿보인다.

그는 앞으로 삶에 대한 얘기를 만화에 담고 싶단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를 다룬 작품을 구상하고 있어요. 예전엔 무조건 인기를 끌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인기보다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만화를 보시고 마음이 정화되고 환기될 수 있다면 그보다 저 좋은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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