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ㅣ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2020년은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온갖 사건들이 넘쳐났다.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이구동성으로 '방역'을 외쳐야 했던 이 황망한 사태 앞에서, 그것을 온전히 수식할 말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화예술 영역은 시장 자체가 일시적으로 증발한 것 같은 위기를 맞이했다. 가장 대중적인 영화나 뮤지컬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문화예술 영역은 두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코로나 장기화 앞에서 문화예술과 관련한 기존의 축제나 행사, 지원 사업들 역시 취소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길고 힘든 빙하기를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반작용의 뒤에는 어김없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작용이 뒤따랐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인간의 창의성이 있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일상의 모든 것에 ‘멈춤’이 붙었지만, 그럼에도 상상력은 인간을 여전히 물리적인 속박에서 자유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MBC>의 ‘놀면 뭐하니?’처럼 방송은 비대면 콘서트를 기획했고, 공연장은 유튜브로 옮겨졌다. 언택트 시대를 맞이해 거리두기가 중시되면서 캠핑이 레저문화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JTBC>의 ‘갬성캠핑’, <KBS joy>의 ‘나는 차였어’가 그렇다, 항상 무대준비로 바빴던 아이돌이, 소박한 달리기를 하는 <Mnet>의 ‘달리는 사이’에 출연해 화면을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방송만이 아니었다.

웹콘텐츠는 역대 최대로 시장을 확장하는데 성공했고, ‘집콕’의 일상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수많은 노하우가 인터넷에 범람했다. 비대면으로도 제대로 ‘놀 줄’ 아는, 우리의 저력이 발휘된 것이다.

물론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신이 개발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접종으로 이어져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아직 시간이 꽤 걸릴 터이다. WHO는 계속 변이가 발생하는 코로나가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마스크가 이제 인류의 삶에 있어서 생활필수품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당장에 TV 광고만 봐도 이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전이나 자동차를 광고하던 스타들이 마스크 광고에 출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2021년의 일상은 2020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든 숙련도에 따라 일의 강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이미 이 미증유의 사태를 살아온 경험이 있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가 이 상황의 숙련자가 됐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신년을 맞이해 쓰는 이 글에서, 희망을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절망 속에서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 문화예술이라는 ‘놀거리’ 앞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시선을 달리 해보자. 정말 많은 것을 잃었지만, 반대급부로 얻은 것도 적지 않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히 일상에서 노는 방식은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클릭’ 한 번으로 공연장에서나 보던 양질의 콘텐츠를 감상하고,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직은 잃어버린 것에 비해 얻은 것이 너무 적다. 질병이 야기한 비극과 공포 역시 쉽게 떨쳐낼 수 없다. 그럼에도 살아 있다. 살아있는 자에겐 제대로 살아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일상을 누리고 만끽하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또한 고난을 이겨내는 유일한 힘이다. 그러므로 2021년을 맞이하는 지금, 이 새로운 ‘클릭’의 세계에서 노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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