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선언│우리 모두의 일 지음│이세진 옮김│마농지 펴냄

인천투데이=이권우 시민기자(도서평론가) | “늦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늦어버렸습니다.” 그렇다. 늦어도 매우 늦었다. 발전과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에 화석에너지를 계속 써대면 엄청난 위기가 닥치리라고 일찌감치 예견됐다. 정치인이나 자본가는 귀를 닫았지만,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를 널리 알렸다. 동참하는 대열이 늘었고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대대적인 반격이 펼쳐졌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점령하면서 현격한 퇴조 현상이 일어났다. “이후 수십 년은 기나긴 규제 완화의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과거의 투쟁들은 와해됐지요.”

이제 위기의 징후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극지방의 해빙, 기온상승, 생물 멸종, 토양고갈이 급속히 진행됐고 20분마다 생물 종 하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생물 수준에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사자의 개체 수는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렁이 개체 수는 80%나 줄어들었어요.” 지구에는 입때껏 다섯 차례에 걸쳐 대멸종이 있었다. 대체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종이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을 예측한다. 다음은 누구일까?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기후위기로 상징되는 대재난이 임박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1988년에서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71%를 25개 공공 및 민간기업,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가 차지했습니다. 이 소수의 기업이 산업혁명 초기인 1850년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창설된 1988년까지 인류 전체가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을 배출한 겁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산업혁명기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높아지면, 엄청난 재난이 지구 차원에서 벌어지니,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고 힘주어 말해왔다. 하지만, 성장 이데올로기에 눈이 먼 인류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 화석연료를 더 써댔다. 그 결과는? 산업혁명기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이미 1도 높아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3도 이상 높아지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럼 어찌 되는가? 반복하지만, 대재앙이다. 대멸종이라는.

그런데 이 재앙이 하필이면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곳부터 일어난다.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 소득층이 일으키는 공해는 최하위 소득층의 2000배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40배 차이입니다. 최하위 소득층의 50%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재앙은 지구 차원에서 벌어지는 마당이니 “가장 개발이 뒤처지고 공해를 적게 배출하는 나라들이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에 제일 먼저 피해를 봅니다.” 기후 정의라는 말이 왜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 수 있을 터다.

정말 호모 사피엔스의 오만은 정점에 오른 듯싶다. 지구의 주인은 지구 그 자체다. 그런데 “인간은 주민 신분에 머물기를 원치 않고 자기가 주인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지구가 결심했는지 모른다. 지구에서 인류를 다 쓸어내버리기로. 왜 아니겠는가. 이 종자만 없으면 지구는 안정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종자가 자기만을 위하다가 자기도 해치는 엄청난 우를 범했다. 당연히 퇴거 명령을 내릴만하다. “앞으로 일어날 대멸종은 이전의 대멸종들과는 다릅니다. 원인은 외부타격이 아닐 겁니다. 자살이니까요.”

위기가 고조되고 있건만, 대응은 두려울 정도로 늦다. “정녕 죽임이 코앞에 닥쳐야 깨어나고 이해할까요?” 이 위기는 결코 개인의 행동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 “예고된 비극에 걸맞은 대응을 요구해야 합니다. 진정한 저항의 행보를 보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지구의 권리가 보편 인권선언의 진정한 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음으로는 “삶의 우선순위와 일정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아직도 지구 평균 온도가 1도 올랐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면, 지금 우리 몸의 온도가 1도 오르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해보라. 코로나 의심환자가 된다. 물론 감기나 독감으로 1도가 올라도 힘들고 합병증으로 큰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라면? 세계를 바꾼 책은 긴급한 상황에서 펴낸 팸플릿이었다. ‘기후정의선언’도 그 대열에 들만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 인용문은 ‘기후정의선언’에 나온 문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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