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부평문화원, 기초조사 보고서 ‘구술자료집’ 발간
이상의 연구책임자 “확인된 내용 이후 더 깊이 연구되길”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인천문화재단이 인천 부평미군기지 인근 부영공원 지하시설의 실체 확인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구술자료집’을 발간했다.

그동안 부영공원 지하시설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지하시설에 땅굴이 있고 인천항까지 연결된다거나,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알려지긴 했다.

인천문화재단은 최근 부평문화원과 협력해 ‘부영공원 지하시설 콘텐츠 발굴프로젝트 기초조사 보고서, 구술자료집’을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영공원 지하시설 내부의 모습.(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부영공원 지하시설 내부의 모습.(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이 자료집의 연구책임자는 이상의 인천대학교 초빙교수이다. 이 교수는 올해 9~11월 까지 부영공원 혹은 부평공원, 미군기지(캠프마켓)에서 한국군이나 미군 군무원으로 수십년 간 장기 근무하면서 부영공원 지하시설 혹은 미군부대 내 지하시설에 들어간 경험자 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구술을 정리했다.

부영공원 쪽 부대에서 34년 간 근무한 정허섭씨는 땅굴을 서너 차례 드나들었다고 구술했다. 정씨는 입구 콘크리트에 총탄 자국처럼 파인 곳이 많이 있었고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일정한 너비의 평평한 굴이었으며 내부 벽이 깔끔했다고 했다.

작은 방 위에 빨간색으로 엉성하게 써진 ‘의무실’이라는 글씨를 봤으며, 땅굴이 화수부두까지 연결됐는데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중간중간 폭파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1986~87년 정도에 금괴를 찾으려고 15일 정도 땅굴 주변을 굴착하다 철수한 사실도 말했다.

부평공원 쪽 부대에서 34년 간 근무한 이한수씨는 부대 건물 귀퉁이 계단을 내려가면 벙커가 있었고 그곳에서 영화 ‘쉬리’를 촬영했으며 벙커가 부평삼거리 은광까지 연결돼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구술했다.

부대 철수 후 부평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벙커에서 일본도 등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부영공원 내 벙커에도 들어가봤는데 높이 3미터와 폭 5미터 정도로 보였고 콘크리트로 마감돼있었으며 100미터 정도 들어가니 막혀있어 그냥 나왔다고 했다.

캠프마켓에서 31년간 근무한 박의양씨는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지은 일본식 건물 주변에는 항상 땅굴이 있었다고 구술했다. 땅굴로 내려가니 물이 가득차있었고 콘크리트를 천장까지 맨질하게 잘해놓았고 다른 곳과 연결돼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씨는 현재 캠크마켓 토지 내 6곳과 부영공원 1곳 등 지하시설이 총 7곳 있었다고 하고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줬으며, 해당 위치와 시설들의 특징 등을 설명했다.

부영공원 지하시설 입구 모습.(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부영공원 지하시설 입구 모습.(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27년 간 캠프마켓에서 일한 이종웅씨는 인쇄소로 가는 길에 지하로 들어가는 곳이 있었고 지하 바로 앞에 계단이 있었으며 그렇게 깊지 않았고 사람 한 배 반 정도 높이에 폭은 4~5미터 정도 된다고 구술했다.

금을 찾겠다고 하면서 땅을 파는 것을 봤는데, 파다가 지하벙커가 나왔고 지하벙커가 건물 아래에도 바깥에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캠프마켓 뒤쪽 건물 중 하나가 도로 아래로 부평공원으로 통했으나 나중에 막았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현재까지 부영공원 지하시설은 일제지배 말기 일본이 부평에 설치했던 대규모 무기제조공장인 인천육군조병창 시설 중 일부 시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7년 이 교수가 일제 강점기 인천육군조병창에 강제동원됐던 노무자들에게 구술을 진행해 국사편찬위원회 ‘일제의 강제동원과 인천육군조병창’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당시 조병창 지하시설은 지하 무기 검사계, 방공호, 무기 보관 창고, 조병창 일부 시설 이전을 위한 시설 등 다양한 용도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됐다.

이 교수는 “이번 구술자 모두 목격할 당시 사용하지 않고 용도 폐기된 상태의 지하시설에 들어가봤고 지하시설의 용도나 형태에 대해서도 소문에 의해 전해들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후 1939~1945년 사이 인천육군조병창에 동원돼 지하시설을 직접 만드는 데 참여했거나 지하시설 내부에서 일을 했던 당사자를 만나 추가로 구술을 채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통해 지하시설의 용도와 형태·길이·방향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구술 자료집에서 확인된 다양한 내용이 이후 더 깊이 연구되고 진실이 파악돼 부평공원 지하시설을 비롯한 부평 일대의 지하시설이 가지는 장소성과 역사성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영공원 지하시설 위치도.(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부영공원 지하시설 위치도.(출처 인천문화재단 구술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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