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인천투데이ㅣ일상 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열망과는 달리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마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고, 소수 인원으로 재개했던 우리 센터의 이주아동공부방도 다시 문을 닫았다.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민들의 상황은 들을수록 심난하다. 직장에서 해고된 이야기,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하는데 재취업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 난민 이주여성들의 경우 같은 문화권 사람들의 행사 또는 한국 교회나 단체의 행사에 음식을 제공하는 부업을 하기도 했는데, 사회적 모임과 행사가 없어지면서 소득이 사라졌다.

지난주 센터를 방문한 싱글맘은 필요한 이들에게 아랍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아랍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주요 소득원이었는 데 대부분의 수요가 끊겼다고 토로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지인 소개로 일자리를 구하려했으나 면접에서 히잡을 두르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적 궁핍함에 자녀들이 행여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걱정했다. 그녀에게 지금은 모든 이에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내가 지금 당장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 게 가슴에 무겁게 남는다.

난민신청자와 난민신청을 해서 인도적 체류자격을 얻은 이주민은 합법적으로 취업이 허가되지만, ‘기타 비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 문제를 여러 난민ㆍ이주 활동 단위들이 오랫동안 제기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올해 6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주민으로 등록돼있는 외국인주민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을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 권고를 수용해 8월 31일부터 외국인 등록 또는 거소 신고를 한 지 90일이 지난 외국인주민을 대상으로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했다.

반면, 경기도는 불수용 의견을 냈다. 선별 지급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창하고 있는 경기도지사의 이념 속 평등은 국민과 이주민을 차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할 때 대상이 아니었던 인천시 역시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 이외의 외국인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모든 시민’에게 지급한다던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다양한 비자와 삶의 형태로 인천시를 구성하고 있는 이주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어를 알아듣기 힘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의 배려, 즉각적인 의사소통, 친구들과 교류가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공평’하게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한다. 수업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출석 체크만 하고 있는 이주민 가정을 너무 많이 만나고 있다.

과연 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인천시교육청이 학교 학생들을 국적과 비자로 차별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만 원씩 급식비조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다행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살고 있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해방된 어느 날, 우리의 일상은 과연 ‘평등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