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내년도 정부예산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ㆍ확정됐다. 총지출 규모는 558조 원이다. 2020년도 본예산보다 45조7000억 원 증가했다. 사상 최고액으로 ‘슈퍼예산’이라 불린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감염병 전문병원 1개소 추가 건립 외에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한 푼도 없고, 기존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비 15억 원을 책정했을 뿐이다.

이 또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당초 정부 예산안에 공공병상 확충 예산이 전무한 것을 보고 획기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해 만든 것인데, 결국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정부여당은 지방의료원 4곳에 약 100병상씩 총 400병상 정도를 증축하기 위한 설계비 15억 원을 책정했다. 현재 공공의료기관 급성기병상은 약 4만6000개다. 급성기병상은 요양병원ㆍ정신병원ㆍ재활병원ㆍ한방병원 등의 특수 병상을 제외한 일반 병ㆍ의원 병상을 말한다. 4만6000병상에 400병상을 늘려봐야 1%도 증가하지 않는다. 이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거리가 너무 멀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병상 수를 전체 병상 수의 30%까지는 늘려야 공공의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공공병상 비율은 8.9%밖에 안 된다. 정부가 계획한 지방의료원 병상 400개를 확충하더라도 0.1%포인트 늘어난 9.0%밖에 안 된다. 그것도 당장 증축하는 게 아니라, 내년엔 설계만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방의료원 4개소만 병상을 증축하겠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지방의료원 35개소 가운데 300병상 미만이 28개소다. 300병상 미만 병원으로는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적절한 진료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고, 정부도 그걸 인정했다.

그럼에도 28개소 중 4개소만 병상을 증축한다는 것은 나머지 24개 지역의 공공의료 공백은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비 15억 원을 책정해놓고 ‘감염병 등 보건위기 대응역량과 공공의료 강화 예산이 증액됐다’고 주장하는 게 낯부끄럽지 않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공의료 확충 요구는 매우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창궐할 것이며, 그 창궐 주기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기간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감염병 대비를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확충은 빨리 이뤄져야한다. 그만큼 지금은 정부여당이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할 수 있는 적기이며,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걷어차고 무관심과 의지 없음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도 본예산은 확정됐지만, 향후 추가경정예산에서 정부여당의 공공의료 확충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게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방법 중 하나이며,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야하는 정부여당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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