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ㅣ전교조가 '스펙인' 시대라고 한다.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된 교사들은 원상회복조차 되지 않았는데 전교조 활동이 교장과 교육청 관료가 되는 '하이패스'처럼 여겨지다니!

참교육 한길을 걸어온 진심이 왜곡되는 것 같아 몹시 불편하다. 내부형교장공모제를 넘어 학교장선출보직제로 전환 요구와 학교장 권한 축소를 통한 교사ㆍ직원ㆍ학생의 학교자치 보장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전교조 교사들은 진보교육감 등장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학생인권, 혁신학교, 마을교육, 무상교육, 민주시민교육 확대 등,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 곧 한계도 드러났다. 도성훈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 공약을 어겼다. 영양사ㆍ사서ㆍ상담사 등 비정규직 경력을 가진 교사들의 호봉을 깎고 임금을 환수ㆍ삭감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직종 8개 중 3개만 100% 상향 인정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문제였다. 단체교섭 중 교육청 출입문을 폐쇄하고선 ‘코로나19 때문에 잠갔다’며 사과의 책임도 비껴갔다.

지난 4월, 필자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헌법불합치ㆍ무죄확정ㆍ국가손해배상 판결에도 징계위가 열렸다. 교육감 권한으로 철회하면 될 텐데 ‘진보’교육감이 왜 그랬을까.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을 맡아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불가피하게 긴장 관계에 놓였던 것이 영향을 미친 걸까. 교육지원청이 만장일치로 ‘반려’한 후에야 시교육청은 ‘징계 사유 없음’으로 내부 종결했다.

얼마 후면 필자는 세월호 교사 시국선언 관련 선고를 받는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선 시국선언 참여 교사자들에게 1심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11월 12일 대법원은 교사선언에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묻고 싶다. 국가공무원들 중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이들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안전과 생명은 뒷전이고 돈벌이에 급급했던 청해진해운, 온갖 안전 규제를 풀어버린 정부, 참사를 만든 사람들은 대체 어떤 책임을 졌는가? 진짜 잘못을 한 이들은 처벌은커녕 초고속 승진을 했는데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우리 교사들은 왜 단죄의 대상이어야 할까?

12월 11일 서울중앙지법은 필자를 포함한 교사 42명에게 유죄 판결할 확률이 높다. 징계위 개최 여부를 두고 도성훈 교육감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진보교육감이 들어서자 사용자와 노동자 구분이 흐릿해졌다. 한때 전교조 지부장ㆍ사무처장ㆍ정책실장 등 선출ㆍ임명직 임원 중 일부가 교육청으로 들어가 얼굴이 익숙하고 친분이 있어 더 혼란을 겪는 듯하다. 그러나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전교조는 잊지 말아야한다. 교육감이 아무리 진보적이라도, 교육청의 근본 성격은 사용자다.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일부이다. 진보교육감은 한편에서는 교육개혁의 기회를 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교조의 투쟁을 제한하거나 온건화 압력을 넣고, 국가 탄압의 일부로서 움직이는 모순된 구실을 한다.

진보교육감이 올바른 태도를 취할 때는 지지하고, 불필요하거나 배신적으로 타협할 때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투쟁해야한다. 그러려면 ‘협력’을 강조하면서 끌려갈 것이 아니라, 독립적 입장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보교육감을 개혁으로 이끌어야한다.

전교조 혼자서는 어렵다. 학교 안팎의 노동자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파업에 나서는 돌봄 전담사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비정규직 경력 인정을 차별하지 않게 한목소리로 싸워야 한다. 전교조가 잊지 말아야할 두 가지는 교육감이 진보라도 사용자라는 사실과 노동자들의 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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