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㊳ 협동조합 빨간오두막

영상발전 활동과 사회적 가치 담은 영상 제작
“인천 영상기업 생존 위해 더 많은 기회 필요”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코로나19로 더 커진 비대면 시장에서 영상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이에 영상 제작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더 나은 영상 생태계를 만들고자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협동조합 빨간오두막(대표이사 안상호)’이다.

안상호 ‘협동조합 빨간오두막’ 대표이사.
안상호 ‘협동조합 빨간오두막’ 대표이사.

빨간오두막은 인천독립영화협회 회원들이 모여 2014년에 만들었다. 이듬해 1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안상호 대표는 “당시 인천에 영상장비 수요는 많은데 일반 장비를 빌릴 수 있는 곳은 있으나 고급 장비를 빌릴 수 있는 대여소가 없었다. 장비를 대여하려면 서울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빨간오두막은 초창기엔 주로 영상장비 대여와 영상제작 사업을 위주로 했다. 지금은 영상 제작과 영상 중계를 주로 하고 있다. 안 대표와 직원 5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조합원이다. 조합원으로 3명이 더 있다.

빨간오두막이라는 이름은 ‘레드’ 카메라와 캐논 ‘오디마크’(5D Mark) 카메라의 합성어다. 안 대표는 “상업영화를 찍을 때 주로 사용하는 ‘레드’ 카메라와 독립영화를 찍을 때 주로 사용하는 ‘오디마크’ 카메라를 따 이름을 붙였다”며 “두 종류의 영화가 공생해야 예술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영상발전 활동과 사회적 가치 담은 영상 제작

안 대표는 지금까지 20여 년간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 인천독립영화협회 창립 원년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독립영화 단편 7편을 연출하고 제작했다. 지난해 ‘임종’이라는 영화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단편 영화제에서 베스트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독립영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며 “다른 일도 해봤는데, 밤을 새고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영화를 만들고 나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속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빨간오두막을 운영하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본인이 제작한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이다. 2015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 해외 연수단에 영상분야 대표로 선정돼 스페인을 다녀왔던 것도 사회적경제기업의 의미를 배웠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안 대표는 인천 영상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영상위원회가 주최한 영상 관련 포럼들에 메인스텝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인천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관련 행사 영상도 만들었다.

빨간오두막은 다양하고 많은 영상을 제작하고 중계해왔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평창올림픽 테스트 기록 영상도 찍었다. 각종 장애인단체 등 비영리단체들이 하는 행사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행사라고 생각해 참여한다. 서구문화재단에서 열린 ‘문화도시 주민 공청회’ 온라인 중계를 하면서 주민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포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관련 영상 한 꼭지를 만들고, 평화콘서트도 중계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의원대회도 매해 중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는 대부분 비영리단체와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며 “내용은 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연결돼있고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호 ‘협동조합 빨간오두막’ 대표가 평창올림픽 테스트 기록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ㆍ빨간오두막)
안상호 ‘협동조합 빨간오두막’ 대표가 평창올림픽 테스트 기록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ㆍ빨간오두막)

인천 영상기업 생존위해 더 많은 기회 필요

안 대표는 수익을 못 올려 힘들고, 직원들의 급여가 밀릴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 파산 직전까지 갔을 때 재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수익이 안 나와 힘들 때 프리랜서로 일하면 돈을 더 많이 버는데, 하며 흔들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5년, 10년 후 계속 영상 일을 하기 위해 문화예술단체와 더 연대해야 공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계속된 코로나19로 비대면 중계가 늘어나면서 일감이 늘어 버티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다면 빨간오두막 같은 작은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안 대표는 “우리 조합도 기본적인 생계를 꾸릴 수 있는 터전으로 기능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더 연대해야하고, 조합원이 더 많아져야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 영상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인천에서 하는 크고 작은 사업을 서울 기업이 하는 게 아닌, 인천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인천 영상기업을 인천 내 영상 사업에 우선해 기회를 주는 내용의 조례도 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빨간오두막이 ‘2017 DINNO FAMILY AWARDS’를 영상으로 중계하고 있다.(사진제공ㆍ빨간오두막)
협동조합 빨간오두막이 ‘2017 DINNO FAMILY AWARDS’를 영상으로 중계하고 있다.(사진제공ㆍ빨간오두막)

제작자가 행복한 영상 생태계 만드는 게 꿈

안 대표는 본인이 독립영화 제작과 영상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서 계속 하는 것처럼 다른 영상 제작자들도 일과 꿈을 병행할 수 있는 영상 생태계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상업영화에서 일할 때 예전처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지는 않으나, 독립영화 단편 제작 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열정 페이’인 곳도 많다”며 “빨간오두막을 영상 제작자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본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너 리그가 탄탄해야 프로 리그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처럼, 상업영화 위상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탄탄해야한다”며 “독립영화를 좀 더 많이, 잘 찍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둘 다 지원을 많이 받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조합이 계속 살아남아 10년이고 20년이고 제작자들이 경제활동과 예술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조합의 영향력을 키워 서울에서 일을 받아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울러 “사회 공헌으로 문화예술인 일자리를 늘리고,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조합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독립영화 장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합 운영을 다른 사람이 잘 맡아하고 작은 영향들을 조금씩 늘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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