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겨울호, 공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의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12월 1일 발행한 <황해문화> 2020년 겨울호(통권 109호)는 공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의에 대해 고찰한다.

새얼문화재단은 “한국사회에 내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심각함을 공정성 담론의 파장에서 가늠해보고자 한다”며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내재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관계의 실상을 정시한다. 또, 새로운 다원평등 관계 경로를 여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번 호 총론을 쓴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학 교수는 여러 경로로 공정성 논의를 제기해왔으며, 이번 특집 또한 김정교수의 논의에서 기획됐다. 그는 ‘공정의 이데올로기, 문제화를 넘어 대안을 모색할 때’라는 글로 인간 노동권과 노동 가치가 소멸되는 국면 한국사회에 만연한 공정성담론이 폐쇄담론으로서 기득권층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그 대항담론을 제기한다.

그는 특히, 한국의 공정성 담론은 사회 변화와 불안정성, 정책 제시와 입안 과정에서 나타난 계급 갈등, 능력주의를 향한 맹목적 신념, 경제적 불평등과 재분배 문제 등 우리 사회 핵심 문제를 반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인국공 사태’ 핵심은 한국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체제

장혜경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책위원장은 ‘인국공 사태’ 문제핵심이 한국의 저임금-불안정노동체제와 노동기본권 미보장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실상 무기계약직화와 파견·용역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 전환에 포함시키면서 간접고용을 유지하는 가짜 정규직화라고 꼬집는다. 또 ,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일반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 절차는 노·사전문가협의회 자율적 결정에 맡기면서 노-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천공항 정규직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반대, 취업준비생들의 ‘역차별’에 대한 국민청원 등 채용과정의 불공정성 제기는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노동 내 분할위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채경쟁이 비정규직 현장경험경력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이며, 개인은 그 능력주의 경쟁력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판 21세기 신분제’를 수용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사회 주류담론으로 떠오른 근본 책임이 한국사회를 신자유주의로 재편한 여야정치세력과 저임금-불안정 노동체제로 자신의 배를 불린 자본에 있음을 분명히한다. 또,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에 갇혀 위계화된 노동 분할구조를 혁파하는 연대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책임도 묻고 있다.

‘의사파업’으로 건강권 보장과 공공의료 구축 필요 커져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 의사파업을 계기로 지역 간 보건의료 격차 문제가 불거졌다며, 건강정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국제규범으로서 건강권 보장과 공공의료체계 재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K방역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거의 시장형 체계이며, 공공의료기관까지 시장원리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누구나 의료와 의학적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보편적 건강권을 요구하며 지역정부와 지역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정치화해야 새로운 공공보건의료 미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정성 담론을 넘어 교육개혁은 가능한가

임병구 선생은 한국사회에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인적 자원개발논리로 변모한 경제적 기능주의 만연함을 지적한다. 이 후과가 인국공사태나 의사파업 형평성 논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교육이 경제를 위한 하위 제도로 기능하고 인간이 오로지 쓰임새로만 평가를 받을 때 자본주의 존립 원리로서 공정성은 결국 시장이 결정하게 되고, 교사와 학생은 스스로 소중한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함부로 자행되는 등급매기기와 외부 잣대, 능력주의 만연 사회에서 공정성이라는 이해관계가 만드는 불평등구조 재생산이 악순환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진정한 교육개혁은 교사들로부터 시작하는 더딘 길이라며, ‘배움 공동체 운동’ 등 교육개혁 향한 교사들의 혁신교육 열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의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교육의 봄’과 ‘인디고서점’ 등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면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과잉 막기 위해, 공적 환수 나서야

이태경 선생은 ‘집값의 딜레마, 필요인가? 욕망인가?’ 글에서 한국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요인을 점검하고 공적 환수가 부동산 문제 근본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이 선생은 우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양극화 등 한국사회 근본모순 관점에서 대응하지 못하면서 부동산 투기과잉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진단한다. 그는 한국을 부동산 불로소득 천국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사적 소유 정당성을 위협하는 최악의 부정의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이같은 상황을 혁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실현 정책패키지를 제안하고, 토지공개념 원칙 아래 보유세 등 불로소득 환수장치, 토지임대부 주택 등 투기차단형 공급정책,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정책, 과잉유동성 관리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전쟁 70주년, 전태일 열사 50주기 관련 비평 담아

이번 호 비평은 올해 한국전쟁 70주년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관련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번 호에는 비평 세 편이 실렸다. 김명인 주간은 ‘여자들이 온다-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국소설’ 비평에서 촛불혁명 경험과 강남역 살인사건 충격을 겪은 80년대 생 여성작가들이 젠더지형에 몸을 싣고 훨씬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여성주체성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전대와 변별된다고 평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와 연결지어 비평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문제를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회수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최소화와 남북정상이 합의한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성용은 ‘정의연 사태’의 다면적 성격과 그에 함축된 쟁점들을 진영 담론과 양당제가 지배적인 한국 정치 현실 속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 편에서 논파한다.

<황해문화> 문화평론 문학 특집은 노동문학에 집중하고 있다. 오길영 교수의 ‘노동과 생활’, 박수연 교수의 ‘노동시의 확장’, 박형준 평론가의 ‘불가능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은 오늘의 노동문학이 신자유주의 축적 체제하에서 어떻게든 생존을 유지해나갈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엄연한 실존을 재현해내며 실천문학 본연을 선명하게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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