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ㅣ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0명대를 넘기더니 방역 2단계 조치가 수도권에 내려졌다. 다양한 우려와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9월을 생각해본다.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가 화염에 휩싸였고, 동생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많은 시민이 온정의 손길을 보내기도 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만약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돌봄 서비스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더라면, 코로나19 방역이 충분히 가능한 방식의 학교 수업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하는 질문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3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요즈음 뉴스를 다시 장식하고 있는 것은 3차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다. ‘언제까지 나라 곳간을 축낼 텐가’와 같은 논리와 ‘온 국민이 다 죽는다’라는 논리의 주장을 담은 뉴스들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곳곳에 침투해 사람들을 감염시킬 때마다 이렇게 논쟁을 반복해야 하는가? 국민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이런 논쟁이 계속된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재난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 삶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방역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재난지원금 문제로만 정치적 다툼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 초강도 노동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배달노동자, 미래를 설계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은 늘어만 간다.

청년층 자살률 증가는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여성청년의 자살률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한 직업군, 즉 비정규직 여성들의 어려움과 자녀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못가는 상황에서 더욱 커진 육아부담을 여성청년 자살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위기가 청년층에서도 여성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을 느끼는 와중에 정치권의 핵심 사안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권력다툼이다. 재난 대책으로 제시된 전국민 고용보험, 소득보험,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끼어들 틈조차 없어 보인다.

3차 대유행은 심상치 않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병상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확충 논의도 진전되지 못했다.

몇 개월 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겪은 참상을 한국에서 겪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K방역의 찬란했던 순간들도 마감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비정규직 문제, 플랫폼 노동의 문제, 청년들의 절망과 의료시스템 한계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는 코로나19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애초에 안전망을 갖지 못했던 곳들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 수와 몇몇 사람의 일탈적 행위에 가려져 삶의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소식이 전해지고 금세 잊힌 배달노동자 사망사건은 어느새 20건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넘어선 한국 사회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4차·5차 대유행을 견디게 하고, 제2, 제3의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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