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3차 환경조사가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군기지와 인접해있는 부영공원과 미군기지 내 디아르엠오(DRMO), 즉 주한미군 군수품 재활용 센터 부지 주변 지역에 집중된다. 이 지역들은 부평구가 앞서 두 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유류 등으로 인해 토양과 지하수가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92개 지점에서 토양 시료 460건을 채취해 정밀 조사할 예정인데, 특히 27개 지점은 크로스 체킹, 즉 시료 성분검사 기관을 중복 선정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앞선 조사에서 나온 오염도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부영공원의 환경오염이 심각해 폐쇄가 필요하다는 민관합동조사단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으나, 부평구가 이를 사실상 외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환경오염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평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으로 구성돼있는데, 이들은 환경조사 계획 수립과 시행, 시료 채취와 분석 결과 검토에 관여한다. 이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최근 “2008, 2009년 환경조사에서 부영공원의 환경오염은 기준치를 넘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결과가 나왔고, 그래서 공원 폐쇄 후 조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의견은 주민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취지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가 정밀조사 결과를 보고 폐쇄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시행한 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2차 환경조사 결과가 알려진 것은 2009년 5월 무렵이었다. 당시 토양과 지하수, 지표 등이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공원 한 구역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벤젠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인 800mg/kg을 훨씬 초과한 9814mg/kg까지 검출됐다. 오염 면적이 1620㎡이며, 부피가 23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디아르엠오 시설 주변 지역에서도 석유계총탄화수소가 토양오염 우려기준보다 32배 높게 검출됐다.

그 뒤 만 2년 10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영공원을 이용한 많은 주민들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이동수 교수의 지적처럼 ‘결과를 보고 폐쇄하자는 앞뒤가 바뀐 구의 입장’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3차 환경조사를 시작하면서 민관합동조사단은 6월 중에 조사 결과 보고와 토론회를 진행하고, 7월에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밝힌 계획대로 하면 3차 조사 결과는 3개월 후에나 보고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건강을 생각할 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구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우선 부영공원을 폐쇄 조치하는 게 마땅한 이유다. 미군기지 주변 지역 환경조사는 행정기관이 신중을 기해야할 중차대한 문제이지만,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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