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마중물은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이 물은 적은 양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지하수를 마중해 데리고 온다. 마중물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비록 적은 수의 사람일지라도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마중물은 깨끗한 물이 아니어도 된다. 빗물, 논물, 구정물 등 모든 물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운동가나 전문가 그리고 일반시민 누구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두 번째로 배운다. 이런 점에서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더 나아가서 마중물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후에 버려진다. 이런 마중물의 속성도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마중물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소유하기보다 시민의 권리를 위한 권력비판을 지속해야한다. 즉 마중물이 된 사람들은 권력으로부터는 자유롭지만 공동체에는 긴박돼있는 사람들이다.

3년 전에 마중물 정신을 공유한 사람들이 인천의 작은 공간에 모여 만든 것이 사단법인 ‘마중물’이다.
이 사람들은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 시민교육은 자신이 마중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자각한 시민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정책은 시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방향과 제도를 담고 있다. 이처럼 ‘마중물’은 풍요로운 공동체를 위한 세력을 형성하고 대안정책을 제안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중물’의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은 ‘상식의 전복과 정치의 회복’을 지향한다. 그 시대의 ‘상식’은 특정 특권계층의 생각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상식은 경쟁, 상품화, 성장 등을 찬양하거나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는 것들이다. ‘선(先)성장 후(後)분배’,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장애·노령·빈곤은 개인 책임이다’ 등은 이런 관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상식은 원래부터 상식이었던 것이 아니다. 그 상식의 이면에는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처럼 상식은 권력과 지식의 공모관계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진리처럼 다가와 우리의 의식과 실천을 지배한다. 이처럼 상식은 시민들의 생각이 아니라, 특정권력의 생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민들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당하고 있는 존재일 수 있다. 생각이 정책으로 귀결된다고 본다면, 정책은 특정권력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상식의 비판은 자본주의와 권력 비판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자각한 시민들의 놀이이다.

‘마중물’과 이 정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마중물 세미나, 이슈잡기, 수요광장, 시민교육전문가 아카데미, 공동체강사 양성교육 등의 프로그램에서 ‘상식의 전복과 정치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글을 써왔다.

이러던 차에 <부평신문>과 ‘마중물’은 최근 운명적으로 만났다. <부평신문>에 ‘마중물 칼럼’이라는 귀중한 공간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마중물’은 이 만남을 무척 즐거워한다. <부평신문>과 자신을 매우 유사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평신문>은 지역사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창간한 신문이다. <부평신문>은 그동안 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압제를 비판하고 시민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한 공론장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마중물 칼럼’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것은 이 사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하는 매우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 비판과 대안 모색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중물 칼럼’은 동료들과 함께 한 토론의 결과물이다. 이런 점에서 이 칼럼은 ‘토론하는 동료’들의 집단적 창작물, 즉 집단지성이다. 더 나아가 참여한 사람들이 도처에서 마중물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중물 칼럼’은 다양한 사람들의 현장의 경험과 고민을 담고 있다.

‘마중물 칼럼’이 지역사회의 공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기를 소망한다. 즉 시민들이 ‘남이 만든’ 상식을 전복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치하는 권리의 주체로서 정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 ‘마중물 칼럼’은 이 지면에 격주로 실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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