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정책기획실장
매립지 내에 들어설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비용으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던 서울시와 경기도가 갑자기 ‘동의’했다. 태도가 급선회한 것이다.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23일 인천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경기도가 매립 기한 연장에 대한 인천시와의 약속 없이 매립지 적립금 사용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혹시 인천시가 또 다른 이면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인천시는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번 문제를 바라보며 많은 인천시민들은 매립지 사용 연장 문제에 인천시가 서울시와 경기도에 왜 질질 끌려 다니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시 관할에 있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매립지의 소유권은 서울시가 71.1%, 환경부가 28.9%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땅의 소유자는 인천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매립 면허권도 서울시와 환경부에 있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매립지 사용이 2016년으로 종료된다는 당초의 합의뿐이다. 결국 지금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매립지가 남아있으니 사용 기한을 연장하자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주장과 당초 약속대로 2016년에 매립지 사용을 종료해야한다는 인천시의 주장이 충돌하는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쓰레기 매립지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더구나 최근 매립지에서 발생한 악취로 청라지구 입주민들을 포함한 인천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관할 지자체인 서구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건축허가 없이 착공한 음식물 쓰레기 폐수시설 공사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벌금까지 부과했다.

이런 와중에 경기장 건설비용 1734억원 부담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당장 경기장을 착공하지 않으면 대회 전까지 경기장 준공이 어려운 인천시의 입장에서는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환경부는 느긋한 자세였다.

이 상황에서 갑작스런 서울시와 경기도의 태도 변화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국가적 행사의 성공을 위한 대의적 협조라고 받아들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매립지 사용 기한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결정적 열쇠는 인천시가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갑과 을의 관계라고 보기에는 인천시의 현 상황이 너무나 절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마지막까지도 매립기간 연장 협조에 대해 인천시가 최소한의 언질이라도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인천시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인천시는 물이용 부담금 등을 환경부에 내고 있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 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고 않다. 더구나 서울시는 매립지 내 경인아라뱃길 토지매각 대금 1100억원을 매립지 환경개선에 사용하지 않고 조례 입법예고만 해놓은 채 시늉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전격 합의된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비용과 관련된 내용을 순순히 믿으라고 한다면, 이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면 계약에 대한 의혹과 서울시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일이 또 알려졌다. 그동안 공사 중지 명령으로 중단된 매립지 내 음·폐수처리시설 조기 착공을 서울시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폐수처리시설은 대표적인 악취시설로 매립지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규모는 500톤으로 이 중 400톤은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시설이 들어설 경우 서울과 경기도는 반영구적 사용을 요구할 것이 빤하다는 것이다.

결국 인천시가 폐기물 처리시설과 매립지가 들어설 대체부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음·폐수처리시설 조기 착공에 동의하는 것은 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의 이와 같은 요구에 인천시가 내부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우리는 인천시의 약속을 믿고 싶다. 그러나 매립지와 관련된 일련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만일 인천시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말 못할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더 큰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매립지 대체부지 마련에 대한 일정을 공개해야한다. 그것만이 여러 가지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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