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후원회장
“후원하는 아이들 자체가 인천의 큰 자산”
"초록 후원 바이러스 마구마구 퍼뜨릴 것"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초록 후원 바이러스를 인천 곳곳에 퍼뜨리고 싶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후원문화 바이러스도 조금씩 퍼지다 보면 사회 전반을 장악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초록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중이라고 말한다.

지난 13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대 인천후원회장으로 취임한 정덕수 ㈜삼정하우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은 정상적 등교가 어렵고, 친구들과 밖에 나가 뛰어놀지 못한다. 학교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어른으로 미안하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덕수 ㈜삼정하우징 대표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대 인천 후원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정덕수 ㈜삼정하우징 대표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대 인천 후원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이의 굳은살 가득한 손바닥이 나를 바꿨다”

정 회장은 4년 전부터 ‘인천아이리더’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후원자가 아이와 1대 1로 결연을 맺어 직접 후원하는 인재양성 사업이다. 예체능, 학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사회‧경제적 제약으로 꿈을 발휘하기 어려운 인천의 아동청소년들을 선발해 지원한다.

정 회장이 현재 후원하는 아이들은 3명이 늘어 4명이 됐다. 한 달에 지출하는 금액만 수백만 원이지만, 아이들한테 배우는 것이 훨씬 더 갚지다고 말한다.

그는 “4년 전 ‘인천아이리더’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렇게 체조하는 아이를 만났다. 당시엔 초등학생이었다. 얼굴보고 그냥 좋은 일, 뜻깊은 일 하자고만 생각했다”고 한 뒤 “처음만난 날 아이가 손을 만지작만지작 하기에 봤더니, 온통 굳은 살 투성이었다. 순각 울컥하고 찌릿한 감정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아이가 ‘손연재 선수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올림픽 나가서 메달을 따고 싶다. 엄마한테 효도도 하고 동생도 잘 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들으며 아이 손의 굳은살을 생각하니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아이는 지난해 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근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다. 오로지 후원의 힘이라 볼 수는 없지만, 처음 느끼는 감동이었다고 표현했다.

정 회장은 후원하는 아이가 실린 기사를 보여준 뒤 “아이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 언론에 대서특필 된 것을 봤다”며 “그 아이를 보며 대충 살면 안 되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다. 그 아이가 지금은 내 스승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때 엄청 감동을 받았다. 보람도 느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무척 설렌다”고 웃었다. 정 회장은 그 때의 설렘으로 후원하는 아이들을 늘려가고 있다.

정덕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대 인천후원회장을 그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덕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대 인천후원회장을 그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후원하는 아이들은 곧 인천의 자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다.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게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정 회장은 인천의 아이들은 인천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 아이들이 곧 인천의 자산이고, 인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후원하는 아이들이 인천에 애착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 인천이 키워준 인재라고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며 “후원하는 아이들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천 출신 사람과 연결시켜주는 사업도 고민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분명히 인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대 사회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나선다”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이건창호, 인천시교육청이 합심해 하고 있는 ‘토닥토닥 마음교실’이 대표적인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함박마을에 있는 함박초등학교엔 560여 명 중 170여 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고 한 뒤 “적응을 못하고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인천 향토기업인 이건창호가 거액을 쾌척했다. 이렇게 도움 받은 아이들은 고국에 돌아가서도 인천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논현동 등 다른 다문화 가정이 많은 곳에 대해 추가로 후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도움의 손길에 많은 사람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오른쪽)과 정덕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후원회장(왼쪽)(사진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오른쪽)과 정덕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후원회장(왼쪽)(사진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더 많은 초록바이러스 만들어 퍼뜨릴 것”

4년 전 후원하던 아이 덕분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알게 됐다. 또 마침 회장이 바뀌는 시기였고,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흔쾌히 회장직을 수락했다. 회장을 맡게 된 뒤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초록바이러스를 마구 전파하고 있다.

정 회장은 “4년 전 후원을 시작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회장직을 맡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후원하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이다”며 “지인들에게 추천하는데 많이 동의하고 후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초록바이러스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맡고 보니 5년, 7년, 10년 등 정기적으로 오래 후원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았다”며 “이들과 함께 초록바이러스를 조금씩 전파시킬 생각이다. 한번 분위기 타면 크게 전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추진했던 ‘인천아이리더’ 1기 사업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20여 명이다. 올해 2기를 출범했고, 더 많은 후원자가 참여해 후원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그는 “지난 1기 사업엔 박인서 정무부시장도 후원자로 참여했다. 그렇게 20여 명을 후원했는데, 모든 아이들을 후원할 수 없어 아쉬웠다”고 한 뒤 “후원할 아이들을 선정할 때가 가장 어렵다. 그래서 더 냉정해지려한다. 과정에서 청탁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인천아이리더 2기 출범식을 인천시장실에서 했다. 그 날 첫 후원했던 아이와 함께 당시 느낀 감정에 대해 얘기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2기 후원자로 참여했으면 좋겟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서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에서 제약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사회‧경제적 제약을 조금씩 없애는 일에 보탬이 될 수 있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후원회장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정 회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기부 클럽인 그린노블에 가입된 후원자다. 그린노블클럽은 재단에 1억 원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유명인으로는 방탄소년단 제이홉, 동방신기 최강창민, 배우 송일국 등이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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