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또,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었다. 11월 19일 남동공단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화학물질 혼합 작업 중 발생한 폭발 때문으로 추정된 화재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인천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10명이나 된다. 인천은 2018년 기준 중대재해 발생률이 국내에서 가장 높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율이 64.7%에 달했다.

국내 전체적으로는 한 해에 2400여 명이 일하다 죽고 있다. 11월 20일 기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501명인 것을 놓고 볼 때, 엄청난 인명 손실이다.

서울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사고,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사망 등, 국민에게 슬픔과 분노를 안기는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언급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산재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안전은 뒷전이고 비용절감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열악한 작업환경,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기업문화, 재해를 실수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 그리고 그에 근거한 약한 처벌이 빚어낸 결과이다.

2009년부터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144건 가운데 1심 재판에서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은 0.57%에 불과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음에도 인명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현행 법ㆍ제도로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맞아 전태일 열사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는 매해 2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률 1위에 21년째 앉아있다. 세계 경제 순위 8위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는 노동자 개인의 과실에서 비롯된다기보다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 부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주 처벌을 강화하면 기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인식을 바꿀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지금 국회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발의돼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정부 여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산재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위주보다는 선진국처럼 산업안전정책 기조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처벌보다 예방,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절규를 외면해온 경제단체들이 이제 와 할 말은 아니다. 처벌을 강화한 법이 제정돼도 위험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사고를 예방하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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