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윤홍식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홍식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투데이ㅣ촛불항쟁의 불꽃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들불처럼 일어났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의 무심함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하면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를 경험하면서 마음 속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또 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집행할 마지막 예산안을 최근 편성했다. 2022년도 예산안은 2022년 5월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가 집행할 예산이라는 점에서, 2021년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예산안이다. 동시에 문대통령이 공언했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현 정부가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예산안이다.

기획재정부는 2021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경제적 여건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진단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데도 취약계층의 안정적 삶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담대한 복지 확대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스스로 2021년 이후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진단했지만,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담대한 복지 확대는 없었다.

그 반대로 2020년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예산 항목은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분야로 22.8%나 증가했다.

물론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의 예산을 보면 그 의미가 간단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18년도 예산을 박근혜 정부에서 편성한 2017년도 예산과 비교해보면,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항목의 비중은 4.0%에서 3.8%로 0.2% 포인트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향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보여주는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2017-2021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도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타나는 분배구조의 악화에 대응해 물적 자본 중심의 투자에서 사람 중심의 지속 성장 경제로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관련 예산 비중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비중을 2017년 5.5%에서 2018년 4.4%로 감소한 것은 이를 확인해줬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역전되기 시작했다.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예산 항목은 2019년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1년도에는 5.2%를 기록, 박근혜 정부 시기보다 높아졌다. 그 증가율은 2017-18년 1.9%에서 2018-19년 15.3%, 2019-20년 26.1%, 2020-21년 22.8%로 놀라울 정도다.

결국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국민의 안정적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담대한 복지’ 확대라는 집권 초기의 기조는 사라지고 SOC 투자와 기업 지원을 통한 성장에 목을 매는 개발국가로 되돌아간 것 같다.

담대한 복지 확대 없는 성장은 문 대통령이 약속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한국판 뉴딜로 성장 동력을 만든다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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