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서구 수도권매립지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혀 인천시민들 '분노'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 “인천시민 모독... 쓰레기는 각자 치워야”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인천시도 수도권매립지에 더 이상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겠다는데, 경기도가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의 쓰레기를 내 집 앞에 버리는 것으로, 인천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박남춘 시장은 취임 후 일관되게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대체매립지(자체매립지 포함) 조성 원칙을 유지했다. 오히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 3자는 못 본체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등 3자가 현 매립지 종료와 대체매립지 마련에 미온적으로 나오자 지난해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조하며 자체매립지 조성을 선포하고, 행정절차를 시작했다. 이때도 3자는 인천시를 외면했다.

시는 지난해 9월 자원순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정책을 인천시공론화위원회 1호 의제로 상정했고,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여론조사. 시민대토론회 등을 거쳐 소각장 증설과 자체매립지 조성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시는 지난 12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는 대신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권역별 소각장 7개를 운영하고, 영흥도에 소각재를 매립하는 돔 형태의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박남춘 시장은 권역별 소각장 4곳 신설계획과 인천에코랜드 조성계획을 발표한 뒤, 자원순환과 쓰레기 처리도 자립해야 수도권매립지에서 독립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영흥도 주민들에게 시와 논의할 주민대표단 구성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처럼 인천도 인천 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에 안 묻고, 소각한 뒤 자체매립지에 매립하겠다고 했는데 경기도가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2019년 10월 21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수도권매립지 종료 주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년 10월 21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수도권매립지 종료 주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 환경국장은 지난 18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때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2015년 수도권매립지 정책 4자 협의가 있었고, 그 합의를 지켜가는 게 서울·경기·환경부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 뒤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협의된 상태”라면서, “소각·매립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만일 수도권매립지를 지켜가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한 플랜B” 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는 경기도의 억지이자 횡포에 가깝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당초 2016년 종료하는 게 4자 합의였다. 하지만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4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4자는 2015년 다시 4자 합의로 매립지를 종료하되 대체매립지를 찾는 동안만 3-1공구를 사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2015년 4자 합의에 대체매립지를 찾는 동안 3-1공구를 사용하되,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할 경우 연장하기로 했는데, 경기도 환경국장이 ‘잔여부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협의된 상태’라고 답한 대목을 이를 뜻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 조항을 토대로 대체매립지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체매립지가 없어도 잔여 부지를 사용하면 된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대체매립지 마련을 호소해도, 대체매립지 마련을 위한 용역을 마치고도 후속조치는 없었다.

그래놓고 이제는 인천시가 자체매립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자,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4자 협약의 부칙 한 줄을 핑계 삼아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자 횡포다. 인천시민들은 40년 넘게 악취와 분진, 소음에 시달렸다. 4자 합의의 ‘대체매립지 마련’ 정신은 외면하고 나몰라하더니 이제와 4자 합의 운운하는 것은 인천시민에 대한 모독이다”며 “쓰레기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각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또 “코로나19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자원순환 정책 전환과 쓰레기 처리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경기도와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를 고집할 게 아니라 각자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시도할 경우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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