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ㅣ눈만 빼꼼 남겨놓고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넘게 가린 채로 눈치 보며 숨죽이고 지내는 동안 한 해가 다 지나고 있다. 봄꽃들이 어떻게 폈다졌는지, 한여름 녹음은 어디에 우거졌는지, 가을단풍은 얼마나 예쁜 빛깔로 물들었는지 제대로 본 적이 있나 싶은데 어느새 찬바람을 느끼는 연말에 와있다.

어디 나만 그러겠나, 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지만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간밤에 집계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확인하며 안도와 불안을 오가는 날들이다. 해외 여러 나라의 심각한 상황에 비하면 참으로 다행이다 싶지만 언제 어디서든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마스크를 다시 여민다.

그나마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제약을 받았던 일상생활에 다소 숨통이 트인 모습들이다.

문화예술계도 간만에 공공시설들의 문이 열려 공연장이며 전시장이 관객을 맞고 있다. 아직은 대다수 공연장이 띄어서 앉는 형편이지만 아예 문을 닫거나 관객 없이 촬영한 영상으로 대체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예술가들도 활기가 넘친다.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생경할 만도 한데 이렇게라도 관객을 직접 마주하는 게 반가울 따름이다. 공연장이 문을 닫은 동안 공공기관이나 문화예술단체, 예술가들이 영상 등을 활용해 관객을 찾아가는 콘텐츠들이 무수히 쏟아졌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는 예술가나 관객 모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관객을 마주한 출연자들은 고마움을 담아 감동을 전하고, 관객들도 모처럼 마주한 무대를 향해 비워 둔 옆자리 몫까지 애써 큰 응원을 보낸다. 언제나 열려있던 공연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연말로 이어지는 요즈음은 공연장과 예술가들이 가장 바쁜 시기여서 공연과 전시가 넘쳐나던 때였고, 관객들은 쏟아지는 공연과 전시에 시간과 비용을 가늠하며 호화로운 사치를 누리던 때다.

너무 흔한 정도로 많은 공연과 전시를 한 해 가까이 마주하지 못한 후에 만나는 모든 일이 참으로 감사한 날들이다. 누구든 이렇게나마 유지되기를, 나아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조마조마하기는 여전하다. 어제보다 늘어난 확진자 수에 다음 주, 혹은 다음 달 계획하는 행사는 제대로 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관객이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과 한 약속을 수차례나 변경하고, 결국에는 취소까지 했던 경험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다.

분야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의 큰 변화를 예측하는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수천수만 명이 운집하는 축제 형태의 대규모 행사보다는 생활 속 소규모 문화예술 행사가 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오늘 마주하는 무대가 더없이 감사하다. 무대에 선 출연자들이나 객석에 앉은 관객이나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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