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집’ 입소문 타고 단골 늘어

인천투데이=심혜진 시민기자 | 인천도시철도 2호선 시민회관역 사거리에 ‘딴뚬꽌뚬’(경인로 358)이란 간판을 내건 가게가 있다. 독특한 가게 이름, 목도리를 한 동물 캐릭터가 호기심과 눈길을 끈다. 이곳은 책방 겸 카페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원두를 직접 볶아 내린 커피 맛으로 인근 직장인과 주민들 사이에 ‘동네 성지’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윤승용 사장의 둘째아들 윤영식 씨를 만나 책방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을 운영하는 윤승용(오른쪽) 씨와 그의 둘째아들 영식 씨.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을 운영하는 윤승용(오른쪽) 씨와 그의 둘째아들 영식 씨.

퇴직 후 무엇을 할까. 윤승용 씨는 고민이 깊었다. 평생 일해 온 책상만큼은 벗어나고 싶었다. 고향에 돌아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커피로 카페를 차려볼까. 연어가 고향의 강줄기를 찾듯, 자신이 나고 자란 미추홀구 주안동을 오랜만에 둘러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카페가 아닌 책방이었다.

자신의 꿈을 조심스럽게 가족들에게 털어놨다. 둘째아들 영식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책방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셨대요. 동네 주민들이 찾아주고, 책 읽고 쉬었다 갈 수 있고, 먼 데서 주안동에 오셨을 때 들렀다 갈만한 공간을 만들면 멋지겠다고 저도 생각했어요.”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내부 모습.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내부 모습.

1년여 준비 끝에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책방 ‘딴뚬꽌뚬’ 문을 열었다. 영식 씨와 그의 형이 책 입고와 판매, 전시와 홍보를 맡았다. 대형 서점에 비하면 책방 규모가 작으니 ‘사람과 공간’이란 주제로 책을 선별해 들여온다. 커피와 음료는 아버지 담당이다. 이를 위해 원두를 볶고 추출하고 맛보는 모든 과정을 공들여 배웠다. 어머니는 스콘과 머핀, 쿠키를 굽는다. 이렇게 손님에게 내놓는 모든 것은 가족의 손길을 거친다.

무엇이든 주문만 하면 집 앞까지 배달하는 시대라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물은 작가가 책을 직접 기획ㆍ제작ㆍ출판한 저작물을 말한다.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가 어려워 ‘딴뚬꽌뚬’처럼 규모가 작은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다. 독립출판물 중엔 개성 넘치고 실험정신 가득한 책이 많다.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라면 이 공간을 차지하는 의미도 줄어들겠지요. 우리 책방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책 맡겨 주신 분들 덕분에 우리 서가가 많이 찼으니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독립출판물만 있는 건 아니다. 인권과 페미니즘 등 최근 ‘핫(hot)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구비해 놓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또 그 사람이 속한 공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면 소설이든 그림책이든, 시시콜콜한 회고록이든 가리지 않아요. 서가의 어느 책을 고르시더라도 읽는 의미가 있을 거예요.”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내부 모습.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내부 모습.

문을 연 지 1년 반. 책방 운영 성적은 책보다는 커피 쪽이 우세하다. 요즘 책이 안 팔린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들었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미지근했다.

“공간을 만든 목적이 좋은 책 편하게 골라 볼 수 있게 하는 거였고, 커피는 책을 팔기 위한 보조수단이었어요. 근데 커피가 주로 나가고 책이 이벤트처럼 팔리니까 책 큐레이팅이 잘못된 건가 싶고, 여기가 카페인지 책방인지 정체성 고민도 했죠.”

한편으론, 일부러 이곳에서 책을 주문하는 이들 덕분에 힘을 받기도 한다.

“드물지만 책만 구입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또 책을 주문하시기도 하는데, 되게 고마워요. 동네 책방의 의미를 알아주시는 거 같아서요.”

책방을 처음 열 때, 주위에서 하나같이 “멀리서 오는 손님을 잡아야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영식 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겐 주안동 인근에 사는 주민 손님이 각별하고 귀하다.

“남들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누구든 오셔서 앉아 계시면 좋아요. 커피 단골도 늘어가는 중인데, 특히 동네 분들이 자주 오시면 좋겠어요. 일상이 지겹거나 피곤할 때 있잖아요. 그럴 때 ‘특별한 휴식’이라고 할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가시면 좋겠어요. 모임도 하시고, 그 기회에 서가도 둘러보시면서 어떤 책 골라 놓았는지 관심도 가져주시고요.”

딴뚬꽌뚬은 ‘딱 그만큼’이란 뜻의 라틴어다.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가 성 이냐시오의 수련서에서 따왔다. 선한 목적에 이로운 딱 그만큼만 취하고 행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책도, 커피도, 사람도, 이야기도 딱 그만큼 흘러가고 드나들기를 꿈꾸는 품 넓은 공간. 딴뚬꽌뚬이란 말이 맞춤한 곳이다.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진열돼있는 독립출판물들.
책방 겸 카페 ‘딴뚬꽌뚬’ 진열돼있는 독립출판물들.

※ 운영시간 :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 매주 금요일과 마지막 주 토요일 휴무. 휴무일은 인스타그램(@tantumquantum_incheon)에서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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