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회의록 하루만에 올려놓고 ‘입력 기한 준수’
경영본부장 말바꾸기에 “행감에서 장난치나” 고성
의원들, “비참한 심정 ··· 시민들에게 예의 지켜달라”

인천투데이=조연주 기자 |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천문화재단이 뭇매를 맞았다. 재단이 보인 불성실한 태도에 몇 의원들은 고성을 질렀고, 재단 대표이사는 연신 ‘다음부터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10일 2020년도 인천문화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감 때 시의원들은 인천문화재단의 허술한 자료제출과 소극적인 태도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우선 재단은 2019년도 행감 지적사항 11건 중 9건을 종결처리했고, 2건을 진행중이라고 보고했다.

앞서 재단은 지난해 행감 때 이사회 회의결과를 이사회 승인 후 1개월 내 행정정보를 게시하지 않아, 행정정보 관리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단은 2020년도 1차~6차 이사회결과를 지난 6일 몰아서 올려놓고 ‘공시항목 자료 입력 기한을 준수’했다고 종결처리했다.

인천문화재단 이사회 회의결과 게시판. 재단 측은 2020년도 이사회 회의결과를 행감 4일 전에 몰아 올려놓고 '입력 기한 준수'했다고 해 시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인천문화재단 이사회 회의결과 게시판. 재단 측은 2020년도 이사회 회의결과를 행감 4일 전에 몰아 올려놓고 '입력 기한 준수'했다고 해 시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를 보고받은 시의원들은 “의원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어떻게 이걸 종결처리할 수 있느냐. 명확한 허위보고다”라고 분노했다. 

축제 평가용역을 통해 발전전략과 경영방침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재단은 ‘축제 주최 측이 요청 시 보고서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종결처리했다. 시의원들은 “인천지역 축제 활성화를 위해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고작 보고서를 공유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재단은 지난해 거리공연 활성화 사업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사업을 하지 못해 거리공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종결처리했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코로나19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종결처리 한 것은 부적절하다. 진행중이라고 보고해도 문제가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최병국 대표이사(좌)가 "자신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하자, 이병래 의원(우)이 "원래 대표이사는 그런 자리다"라고 답했다. 

재단 측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최병국 재단 대표이사는 주요업무 추진실적 보고를 비롯해 행감이 진행되는 내내 사업개요와 재단 현황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에는 꼼꼼히 검토하겠다’, ‘주의하겠다’, ‘잘하겠다’를 연발했다.

특히, 노사협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최 대표이사가 “내가 개입하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답해, 시의원들이 “그 영향을 미치라고 있는 게 대표이사 자리다”라며 “업무추진비 받지 않느냐. 그걸로 밥이라도 한끼 사먹으며 노사가 얘기하는 게 어렵냐”며 어이없어 했다.

이날 행감에서는 또 손동혁 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이 직전 발언대에서 올라와 했던 말을 ‘그렇게 말한적 없다’고 부정해 시의원들이 감사를 멈추고 속기록을 확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김성준 문화복지위원장은 “한 해의 굵직한 업무를 감사하는 자리에서 시의원들이 말토씨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야겠냐”며 “행감이 장난이냐”고 호통을 쳤다.

이후 혁신감사실장 자리를 오래 비워두고 있다는 점, 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 작가들이 인천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성준 문화복지위원장(좌)이 "행감이 장난이냐"며 호통을 쳤다. 손동혁 기획경영본부장(우)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성준 문화복지위원장(좌)이 "행감이 장난이냐"며 호통을 쳤다. 손동혁 기획경영본부장(우)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인동 의원은 “시의원으로서 비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지난해 있었던 일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고, 조선희 의원은 “행감자리에서 이런 자료를 보고있어야 하는 게 자괴감이 든다“고 부연했다.

행감 막바지 이용선 의원은 “(대표이사가) 뭘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이럴거면 내려놓으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성준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문화예술인들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다. 인천문화재단도 그에 걸맞는 예의를 지켜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인천문화재단은 지난 9월 열린 임시회 때도 업무보고를 시작하기도 전에 제출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도 했는데,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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