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인천투데이ㅣ인천시교육청은 추석 전에 외국 국적 학생을 포함한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교육재난지원금 지급 신청을 받았다. 이 지원금은 인천e음 카드로 지급됐고, 인천e음 홈페이지 꾸러미몰 사용하게 했다. 그 이후 시행된 교육부 주관 재난지원금에서 외국 국적 아동을 제외한 것에 비교하면 선제적이고 평등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 만나는 많은 가정의 학생들은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e음카드를 등록하지 못해서였다. 학교에서는 이번 달이 아니면 사용을 더 이상 못할 수 있으니 얼른 사용해야한다고 안내했기에 더욱 발만 구르고 있었다.

e음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면 e음카드가 핸드폰에 등록돼있어야만 한다. 즉, e음카드를 먼저 발급받아 핸드폰에 등록돼야만 지역화폐가 지급될 수 있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에겐 편리한 e음카드 사용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고 싶다.

첫 번째 난관은 언어이다. e음카드 등록을 위한 어플을 다운받고 안내에 따라 등록하는 과정은 한국어로 이뤄진다. 한국어로 안내하는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등록하는 것부터 큰 난관이다.

두 번째 난관은 핸드폰으로 본인임을 인증하는 것이다. 핸드폰 대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어 핸드폰 기능은 정지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한 연락용으로만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 명의의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핸드폰으로 본인임을 인증할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이 체류 자격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명의의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다. 자기 명의의 핸드폰을 갖고 있더라고 그 핸드폰이 어떤 통신사인지, 알뜰폰인지 아닌지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보면 하루에 다섯 번으로 제한된 본인 인증 횟수를 초과하기 일쑤이다.

세 번째 난관은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난 후 계좌 연결이다. 이 경우에도 계좌가 본인명의여야 한다. 한국에선 은행 계좌 개설을 엄격하게 하고 있고, 특히 일부 중동지역 출신 이주민의 계좌 개설을 은행에서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계좌를 만들어놓지 못한 여성도 많다. 이럴 경우 e음카드를 등록할 때 난관이 또 발생한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e음카드를 등록했는데도 재난지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e음카드 콜센터의 상담은 모두 한국어로 진행된다. 통화가 겨우 됐으나 교육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시교육청으로 전화하라고 연락처를 알려준다.

시교육청도 외국인들이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 때문에 매우 힘들어한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정보를 걷어 제출받은 이름과 e음카드에 등록된 이름이 일치해야한다. 알파벳뿐만 아니라 띄어쓰기도 일치해야 이름 확인 후 지원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바우처를 지급해야할지를 의논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언택트 시대에서 우리 모두 여러 가지를 도전하고 있다. 핸드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언택트는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편리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장벽이다. 아동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과 돌봄은 언택트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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