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와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부평 자전거도시 만들기’ 토론회가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돼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청중 속에서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으며, 토론자로 참석한 부평구의회 의장과 청중석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구청장 앞에서 컵이 깨지고 마이크가 파손됐다. 행사 진행을 맡았던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누군가 밀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치료를 받고 있단다.

이러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지하도상가 상인들로 알려졌다. 청중 속에서 “지하상가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시민단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 지하도상가 관계자는 “반대의견 수렴과 의견 조율 없이 추진하다보니 오늘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토론회였다. 부평을 미래지향적인 자전거도시로 만들고, 대형마트 난립과 지하철7호선 연장구간 개통을 앞둔 상황에서 부평전통시장과 문화의거리, 지하도상가 등 부평역 일대의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런 취지에 대한 해석 없이, 찬반 갈등과 대립으로 내몰려 안타까울 뿐이다.

‘기조발제 후 자유토론이 예정돼있음’이 거듭 공지됐지만,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은, 게다가 음주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그 주장이 아무리 일리가 있다고 해도 잘못이다. 더구나 이날 토론회는 자전거도로 설치를 시행할 행정기관이 마련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에 지하상가 상인들이 항의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잃는다.

국내외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자전거도시의 목적 중 주요한 하나는 지역의 상권 활성화와 시민들의 시장 접근 용이성을 높이는 것이다. 전통시장, 지상 상점가뿐 아니라 지하상가 역시 자동차로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많다. 이는 대형마트 등과 비교할 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주요 요인이다. 지하도상가에서 고객의 불편을 덜기 위해 부평역사쇼핑몰과 대형마트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동협약을 맺은 것은 일례다.

또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개통으로 경인전철 부평역을 이용하는 시민이 줄고, 이는 지하도상가 유동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이 빤하다. 때문에 접근성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자전거도로가 지하도상가의 유동인구를 더 줄일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시민들의 접근을 어떻게 용이하게 할 것인지,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게 필요한 때다. 부평역 일대를 시장활성화구역으로 특별 지정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감정을 앞세우고 자기주장만이 옳다며 대립할 때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다.

부평역 일대의 상권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큰 방향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최선의 길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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