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째 인천 주민 김규훈 씨, 10여년간 계양산 청소 봉사
의류계 종사 경력 발휘해 직접 가방 만들며 쓰레기 수거
“담배꽁초 보면 아찔...소중한 마음으로 계양산 다녀갔으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계양산은 인천을 대표하는 산이다. 해발 395m로 강화도 마니산(472m)을 제외하면 인천에서 가장 높다. 산세도 험하지 않아 주말마다 많은 시민이 쉽게 찾는다.

누구나 애착이 가는 물건을 소중히 다루듯, 계양산을 마찬가지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계산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규훈 씨는 거의 10년째 꾸준히 주말마다 계양산에서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하고 있다.

10여년째 주말마다 계양산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하는 김규훈 씨.
10여년째 주말마다 계양산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하는 김규훈 씨.

오랫동안 한 곳에서 봉사를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김 씨는 별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겸손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의 활동이 알려지는 게 민망하다며 손사래 쳤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일에 쓰레기 수거 전용 가방을 들고 계양산으로 나선다. 2011년부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해 그 전부터 계양산을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방문할 때마다 눈에 띄는 쓰레기들이 김 씨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김 씨는 작은 비닐봉지로 시작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양이 만만치 않아 큰 에코백을 들고 다녔으나, 이 또한 발로 밟으니 찢어지기 일쑤였다. 이에 김 씨는 직접 인형 천을 활용해 쓰레기 수거 가방을 제작했다. 세탁소 운영 전에 의류업계에서 종사하던 경력을 발휘했다.

매번 수거하는 쓰레기양은 다르지만, 가방이 꽉 차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름에는 물을 마시는 등산객이 많은 만큼 페트병 쓰레기가 많다. 그 외에는 커피믹스 스틱과 사탕껍질 등을 주로 줍는다.

산은 분명 금연구역이지만 담배꽁초도 제법 많다. 김 씨는 “못해도 매번 담배꽁초 10개는 넘게 줍는다. 이럴 땐 정말 아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사람이 후대를 생각해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자연을 다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거한 쓰레기는 계양산 근처 국궁장 연무정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그러나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에 따라 계양산 인근 쓰레기통이 대부분 사라지자, 현재는 계양공원 사무실에 놔두면 환경미화원이 수거해간다.

김규훈 씨가 쓰레기 수거 활동을하는 모습.(사진 독자제공)
김규훈 씨가 쓰레기 수거 활동을하는 모습.(사진 독자제공)

계양산은 어린 시절부터 추억 쌓은 곳

김 씨의 헌신에 몇몇 등산객들은 고맙다고 한마디 건네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김 씨는 뿌듯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민망하다며 겸손을 보였다. 오히려 김 씨는 자신과 산을 다니며 도와주는 아내가 고맙다.

“처음에 아내와 산을 오를 때 쓰레기를 수거하며 다니니 시간이 안 맞기도 했어요. 계양산 둘레길을 완주하는데 20분 이상 차이 나더군요. 지금은 제가 발견하지 못하는 쓰레기 위치를 알려주며 오히려 함께합니다.”

김 씨는 천안에서 태어나자마자 가족들과 함께 인천으로 올라와 정착했다. 인천에서만 60년 넘게 살았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계양산에서 놀던 추억이 남아있다.

“학창시절 여름방학 때 계양산을 자주 놀러 갔어요. 산딸기를 따 먹기도 하고, 소나기가 내린 뒤 백룡사 주변 소나무 숲에 가면 버섯을 따갔죠. 집에서 어머니가 맛있게 요리해 주신 기억이 납니다.”

계양산을 아끼는 마음으로 등산에 재미를 붙인 김 씨는 아내와 함께 휴가 때마다 꼭 산을 다닌다. 운동 삼아 다닌 산이지만 삶의 일부분이 됐다. 그가 산을 소중히 가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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